직업병으로 얻은 불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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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교대 근무자입니다.

하루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6시 퇴근.

다음날은 오후 6시에 출근해서 그 다음날 9시 퇴근.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매일 자는 시간이 뒤죽박죽이죠.

오늘은 깨 있어야 하는 시간이

내일은 취침시간이고.

그러다 보니 잠드는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되었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먹고 사는게 중요한걸.

밤근무하고 집에 와 아침을 먹고 나면

소화시키기 전에 잠을 청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렇게 몇년을 지내니 역류성 식도염까지 걸리게 되었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만 나도 

금새 깨나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그렇게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출근을 하고.

저만 힘든게 아니라 제 직업탓에 모든 가족이 힘들었죠.

아이들이 어릴 땐 제가 자는 시간동안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며 아내가 다른 방에서 제가 깰 때까지

아이들과 나오지도 못하고 독박육아를 해야했어요.

아내는 힘들었겠지만 

잠귀가 예민한 저는 아이들이 칭얼거리는 소리를 

계속 들으며 누워있어서 아내가 고생한 줄 알면서도

애들을 조용히 시키지 않아 잠 못잤다며 투덜거렸죠.

수면장애로 인해 만성피로에 시달려

가족들과 제대로 여행 한 번 해보질 못했습니다.

기운이 없으니 어디 가고싶은 욕구도 없고 누워있고만 싶었죠. 

그렇게 모든 가족이 힘들게 살아온 지도 어언 30년이 지났습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

힘든 3교대 근무일도 내년이면 퇴직입니다.

수면장애로 고생했던 30년넘는 날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직업병으로 얻은 불면증이지만

그래도 아이들 잘 커줬고 우리 부부 아직 건강하죠. 

퇴직하면 매일 같은 시간에 잠을 청하며 

제 오래된 고질병인 불면증을 이겨내 보려 합니다.

야근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다른 남편들보다 많다보니

매일같이 세끼 밥 챙겨주느라 평생 고생한 와이프에게 

제가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날이 곧 오겠죠.

사랑한다 마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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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용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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