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부터 다른건 다 무던한데 이상하게 잠에만 그렇게 예민했다고 해요.
제가 기억이 나는 저의 어린 시절만 생각해봐도
저는 잠자리에 예민해서 아무데서나 잠을 못잤고
어린 아이치고 잠자는 시간이 짧았어요.
아기때는 모르겠지만 6~7살 이후로는 낮잠도 거의 자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낮잠을 거의 자지 않습니다.
낮잠을 자면 그 시간 만큼 밤에 잠을 자지 못하더라구요.
성인이 된 뒤에도 제 불면증은 주변 친구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꽤나 유명했는데,
사실 그건 불면증 축에도 못 드는거였네요.
본격적으로 불면증이 시작된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네요.
그 시절 전후로 해서 제 인생에 큰 상처를 받은 일들이 많았거든요.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평소에도 잠자리에 들면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스르륵 잠이 들곤 했는데
그 날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가지 생각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더라구요.
왼쪽으로 돌아눕고,
오른쪽으로 돌아눕고,
베개의 위치도 바꿔보고,
이불을 덮었다가 걷었다가..
이러다가 잠들겠지 생각했지만
생각에 한번 사로잡히고 나니 떨쳐내지지를 못하더라구요.
잠도 못자면서
밤새도록 침대에 누워있자니 허리도 아프고 답답해서 결국은 새벽에 이불 밖으로 나가버리고요.
그렇게 3일 밤낮을 꼬박 지새우고,
그 다음은 한 두시간 깜빡 잠드는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온 몸의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을 넘어서 몸도 마음도 기진맥진해지더군요.
마치 내가 전원만 들어오는 고장난 가전제품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체질적으로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합니다.
술을 마시면 온 몸이 가렵고 두드러기처럼 올라오거든요.
그때는 잠이 너무나 간절해서 술이라도 마시고 잠을 청해보자는 마음에
소주를 조금 마시고 잠을 청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마시는 양이 워낙 조금이다 보니 술이 깨자마자 잠도 같이 깨더군요.
상추가 좋다고 해서 상추를 먹어도 보고,
멜라토닌도 먹어보고,
낮에 일부러 햇빛 쪼이면서도 돌아다녀봤는데 전부 다 헛수고였네요.
그때 복싱을 배우고 있었는데
관장님이 처음에는 몸이 편해서 잠을 못자는거라며 엄청나게 굴리시더니
보름쯤 지나니까 쉰 날짜만큼 나중에 운동 나오게 해줄거니까
일단은 잠 좀 자고 오라며 체육관 출입금지 시키셨어요.
그렇게 한달도 넘게 고생한 뒤 결국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약을 먹었을 때는 최저 용량으로 먹어도 너무 가라앉거나 두통이 생기기도 하는 등
약간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저한테 잘 맞는 용량과 조합을 찾았어요.
초반에는 매일 먹었고 수 년에 걸쳐 서서히 약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수면제는 두통약과 함께 우리 집 상비약이지만 지금은 거의 먹지 않아요.
수면의 질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정도만 되어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지냅니다.
어느 순간 또 나의 밤을 방해하는 불면증이 덮쳐올지 몰라서
주기적으로 처방은 받고 있지만요.
다시 지독한 불면의 밤을 겪고 싶지 않아서
나름의 규칙을 세워서 지금도 잘 지키는 중입니다.
> 저녁 때 각성이 될만한 격한 운동은 하지 않아요.
스트레칭, 산책 정도로 끝냅니다.
> 밤 10시반 이후로는 핸드폰을 보지 않아요.
잠이 오지 않더라도 꾹꾹 참아요.
> 정해진 시간에는 무조건 잠자리에 듭니다.
이것이 불면증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네요.
불면증이 괴로운 것 중에 하나는 누군가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하고
길고 어두운 밤을 오롯이 혼자 버텨내야 한다는 점일겁니다.
불면증 동지들,
오늘 밤은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이 편안하게 주무시길.
작성자 그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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