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수원에서 대전으로 직장을 옮기고 그 친구를 처음 만났다.
작은 키, 마른 몸, 유난히 하얗던 얼굴. 항상 힘없이 그렇지만 진심을 다해 눈읏음을 짓던 00이.
구내식당에서 밥을 아예 먹지 않아 먹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다.
얼마 뒤 식판에 가득이 아닌, 식판에 넘치도록 음식을 담아 오는 그 친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나도 160센티에 44킬로 정도가 나갈 만큼 엄청 말랐지만 보통의 남자이상으로 잘 먹었다.
나보다 더 잘 먹는데 더 마른 사람이 있구나하고... 놀랐다.
그런데 여자 화장실에서 자꾸 음식물 냄새가 심하게 나는 거다.
원래도 정화조 시설이 좋지 않아, 궂은 날이면 심하게 냄새가 났지만 화장실 본연의 냄새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무 생각없이 다른 동기에게 나보다 많이 먹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00이는 나보다 많이 먹는데 체질인가 보다 너무 말랐다고...
다른 동기가 말했다. 여자 화장실에서 심하게 냄새가 나지 않냐고... 00이는 저렇게 먹고 간식도 엄청 먹고 그리고... 그 먹을 걸 다 토해낸다고...
너무나 충격이 컸다.
작은 키이기는 해도, 다 큰 성인이 40킬로도 나가지 않고...
가슴은 초등학생보다도 더 밋밋했고, 생리도 전혀 하지 않는 상태였다.
맵고 짜고 시게... 음식을 엄청 먹고,
달고 단 간식을 엄청 먹고,
그걸 또 다 토하다 보니 00이는 치아도 식도도 항상 상태가 안좋아 병원을 자주 다니고 약을 달고 살았다.
난 솔직 치과보다 내과보다 정신과를, 00이의 엄마가 데려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00이는 너무 착한 동기였으니깐.
좀 친해지고 나서,
00아 너 뚱뚱한 거 아니라고,
살이 좀 더 찌면 이쁘겠다고 토하지 않고 음식 조금만 먹으면 더 좋을 거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00이는 변하지 않았다.
출장을 가면 잠을 자다가도 배고프다고 새벽에 혼자 몰래 음식을 먹던 00이. 물론 먹었던 음식은 다시 모두 토해냈다.
갈수록 심해진 폭식증을 견디지 못하고 00이는 휴직을 했고,
20년에서 1년을 남겨두고 모두의 만류에도, 결국 00이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20년 전에 00이의 부모님들이 00이를 설득해서 정신과 병원에 다녔다면,
00이는 지금도 나와 같이 직장에 잘 다니고 있을텐데...
00이의 그 눈웃음이 너무 그립다.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애가 셋인 나를 너무 부러워했던 00이.
첫째와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만 되면
애들 스스로 폭식증이라고 할만큼 미친듯이 음식을 먹는다.
노브랜드 치즈볼 1/2통을 한자리에서 먹어 치운다. 혼자...
아직까지 토하는 건 못 봤지만 살짝 무섭기는 하다.
목표하는 대학을 낮추라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면 죽일 듯이 나를 째려본다;;;
큰애와 작은애의 폭식증은 일시적인 것이겠지... 나를 다독여 보는데...
00이의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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