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차가운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아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아버지.
너무나 그리워 사무치도록 보고 싶지만 만져도 만져지지 않는 저 유리창 밖의 아들.
맑고 시린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밤에 홀로 유리창은 닦아내며 슬픔을 마주하고 극복하려는 부정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워서 마음이 쓰라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