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저편의 겨울 2- 한강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빛을
던진다면
빛은
공 같은 걸까
어디로 팔을 뻗어 어떻게 던질까
얼마나 멀게, 또는 가깝게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손으로 간신히 그러쥐어 모은 빛의 공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따뜻했는지도 모르지만
차갑지만
투명했을지도 모르지만
손가락사이로 흘러 내리거나
하얗게 증발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겨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꿈을 기억한다.
차다찬 겨울이 주는
뜨꺼운 아침은
내인생의 공이 아닐까~
오늘 다시 움켜 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