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라도 먹고 살면 저는 행복 할 것 같네요.

* 늦여름 저녁 - 안도현

 

마당에 풋감 하나가 쿵, 하고 떨어진다


쿵, 하는 그 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탕아가 때늦게 제 이마를 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낯선 지구의 산기슭에 별똥별이나 번갯불이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한데,
어쨋거나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거니 했는데


문득 그 소리를 혼자 서서 들어야 하는,
감을 쥐고 있다가 어떻게 그만 떨어뜨려버린 감나무를 생각하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나는 방문을 열고 감나무 아래로 걸어가서 풋감,
먹지도 못하고, 다시 어느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도
쿵, 하는 소리 하나 내지 못할 으깨진 풋감을 주워 들고
기분 좋게 담 밖으로 멀리 내쏘아 버릴까 보다,
이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보았던 것이다
감나무가 구부정한 팔을 뻗어 이리저리 손을 내두르면서
풋감을 찾고 있는 것을

까치라도 먹고 살면 저는 행복 할 것 같네요.

 

집앞의 감나무가 이젠 다 따가고 얼마 안남았네요

이 감은 까치밥이 되겠네요

까치라도 먹고 살면 저는 행복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