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담벼락에 걸쳐서 누가 따갈 수도 없이 매달려 있네요
떠발이 호박이라고 노랗게 익으면 산모들에게 약용으로도
사용하는 멋진 호박인데 저것을 어찌 딸 수 있을까요
여름내내 덩쿨을 만들어서 남들이 따갈까봐서 담장위로 올라가 있는 호작이 참 멋지네요 |
호 박 - 이홍섭-
아픈 몸 이끌고 찾아간 시골 약국 담벼락 아래 호박이 실하다
이 세상을 다 쌈 싸 먹어도 남을 것 같은 너른 호박잎이며
이 세상을 다 밝히고도 남을 것 같은 노란
호박꽃처럼 살지 못한 삶이 비루하다
호박처럼 펑퍼짐하게 살지 못한 삶이 애틋하다
어머니가 꾼 태몽이 들판에서 누런 호박 하나를 딴 것이라는데
내 불효의 넝쿨은 사방팔방으로 뻗어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