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쾌사
정약용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 없으니
그댄 자신을 꽃으로 보시게
털려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니
누군가의 눈에 들긴 힘들어도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 이더이다
귀가 얇은 자는 그 입도 가랑잎 같이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도 바위처럼 무겁네
자신의 말처럼 조심하여 하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너그러움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은 정은 사람을 감동케 하나니
마음이 아름다운 그대여
그대의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지리라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을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도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 먹고
소화 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앞서 가지 말라는
것이리라.
노년이 되면 누구나 평생을 의지했던
줄이 하나씩 끊어져 나가겠죠.
사랑의 줄 , 명예의 줄, 부귀의 줄,
아름답고 건강한 몸의 줄.
모든 줄이 하나 하나 다 끊어져도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작지만
최상의 아리아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G선상의 아리아"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