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과 로맨스

설렁탕과 로맨스

처음 본 남자는 창밖의 비를 보고

처음 본 여자는 핸드폰의 메씨지를 보네

남자는 비를 보며 순식간에 여자를 보고

여자는 메씨지 너머 보이는 남자를 안 보네

물을 따른 남자는 물통을 밀어주고

 

파와 후추와 소금을 넣은 남자는 양념통을 밀어주네

마주앉아 한번도 마주치지 않는 허기

마주앉아 한번 더 마주보는 허방

 

하루 만에 먹는 여자의 국물은 느려서 헐렁하고

한나절 만에 먹는 남자의 밥은 빨라서 썰렁하네

 

남자는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자는 숟가락을 들고 늦도록 국물을 뜨네

 

깜빡 놓고 간 우산을 찾으러 온 남자는

여전한 여자를 처음처럼 한번 더 보고

혼자 남아 숟가락을 들고 있는 여자는

가는 남자를 처음처럼 한번도 안 보고

 

그렇게 한번 본 여자의 밥값을 계산하고 사라지는 남자와

한번도 안 본 남자의 얼굴을 계산대에서야 떠올려보는 여자가

단 한번 보고 다시는 보지 못할 한평생과

단 한번도 보지 못해 영원히 보지 못할 한평생이

추적추적 내리네 만원의 합석 자리에

시월과 모래내와 설렁탕집에

 

정끝별 <와락>, 

 

설렁탕과 로맨스

 

 

이런 로멘스연출이 가능할까요~

왠지 저 남자분 누구인지 

ㅋㅋㅋ 궁금한데요~

쌀쌀한 계절

따뜻한 사랑을 남기고 간 그사람.........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