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낮은 곳으로 / 이정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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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아는 분들이 많으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 연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구절은 너무도 강렬해서
다른 구절은 다 잊어버렸어도 이 구절만큼은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정하 시인은 짝사랑, 그리움에 대한 시를 참 많이 쓰신 것 같아요.
오래 전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좋아하던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이 시를 다시 만났을 때
이 시는 저에게 연인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참 이상하게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담은 시로 읽히더라구요.
가장 낮은 곳에서 나를 비우고 자식을 품어주는 부모님의 마음.
가장 낮은 자세로 나의 존재까지도 모두 자식을 위해 바치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
같은 시인데도 저의 현재 상태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느낌의 시로 읽히는 것이 참 색다른 경험이였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시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하네요.
작성자 그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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