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을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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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갬성터지는 그루잠입니다.
오늘 떠오른 시는
황지우님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입니다.
이 시는 교과서에도 실려서
학생들에게도 잘 알려진 시지요.
사실 오늘 이 시가 떠오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와, 진짜 너무 덥더라구요.
가을 언제와아~~~ 하다보니
문득 이 시가 떠오르더군요.
가을이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목 빼고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일기예보에
내 가슴이 쿵쿵거린다.
가을이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목 빼고 기다리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일기예보는
오늘도 폭염이 지속됩니다.
오늘도 35도를 찍겠습니다.
오늘도 열대야가 계속됩니다.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가을이여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리며
오늘도 에어컨 바람에 나는 두통이 온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을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냉방병에 걸렸다...
<중략>
일단 아름다운 시를 이렇게 바꿔놔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아까 점심시간에 잠깐 나갔는데
와...햇빛 무엇? 자외선 무엇? 습도 무엇?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가을 언제 오나, 를 백번 외치다보니
<너를 기다리는 동안> 시가 떠오르더군요.
시에서 화자는 능동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찾아가는데
제가 사랑하는 가을에게는 어찌 찾아가야할지 모르겠네요.
애타는 이 마음 얼른 알아차리고
가을님이 빨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그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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