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rost.moneple.com/wisesayings/34908170
왼쪽 손바닥에 세 개의 작은 알갱이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게 불편하지도 않고
보기 흉한 것도 아니라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마귀에 대한 글을 본 뒤
정확하게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사마귀라면 점점 더 번질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갔더니 손바닥을 요리조리 살펴보시던 선생님이 냉동치료를 권하셨다.
갑자기 예전에 사마귀 냉동치료를 받았던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냉동치료 = 엄청 아픈 것"
친구의 말이 떠올라 공포에 질린 나는
간절하게 외쳤다.
"아니 선생님!! 저는 그냥 이게 뭔지
알고 싶을 뿐이었는데요!"
"그래도 그냥 두면 번질 수 있어요."
"선생님 저 아직 씻지도 못했는데요!!!"
"냉동치료는 물 닿아도 괜찮습니다."
"선생님, 손바닥이라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요!!!"
"불편하긴 하죠. 근데 오른손잡이시잖아요?"
거 사람 참....
외모 만큼이나 단호한 선생님이었다.....
나는 그냥 이게 뭔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튼 치료실로 끌려(?) 들어간 나는
시원하게 냉동치료까지 완료하게 되었다.
아프긴 했지만 의외로 꽤 참을만했고(원래 둔한 편)
한 개를 지지시던 선생님이 "엄청 잘 참으시네요"라고 하시는 바람에
나머지 두 개는 움찔거리지도 못하고 꾸욱 참았다(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걸 몸소 실천하는 편).
*
치료는 생각보다 수월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솔직히 냉동치료 자체는 죽을 정도로 아프진 않았고
병원을 나설 때는 손바닥 전체가 불타오르는 느낌이긴 했지만
몇 시간 뒤에는 통증도 거의 사라졌지만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생긴 불편함이었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가끔 내 몸의 일부를 쓰지 못하게 될 때를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다리를 못 쓴다면, 한쪽 팔을 못 쓴다면...
그런 생각을 할 때조차
내 신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았지
손바닥이나 손가락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신체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율이 크지 않은 편인 손바닥과 손가락이
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회복이 되는 2주 동안 절실하게 느꼈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할 때 한 손으로는
물을 손바닥에 온전히 담을 수가 없다.
머리감을 때 한 손으로만 샴푸질을 하려면
굉장히 불편하고 개운하지도 않다.
쨈 뚜껑을 열 때도,
큰 패트병에 담긴 주스를 따를 때도.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었던 건
내 몸이 온전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상처가 회복되면서 가장 환호하며
감사했던 순간은
참 소박하게도
평소의 습관처럼
오른손으로 펌핑한 샴푸를
왼쪽 손바닥으로 받아서
머리에 슥슥 문지르던 순간이었다.
*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는
감사할 일들이 참 많다.
모델처럼 근사한 몸은 아니지만
사지 육신이 멀쩡하고(힘도 세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고
퇴근하면 돌아올 곳도 있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고
별 것 아닌 일로도 함께
오두방정을 떨 수 있는 친구들도 있다.
소화력도 좋아서 밥도 잘 먹고
좋아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다.
비록 나는 밥순이긴 하지만
내일은 빵순이(엄마), 빵돌이(아빠)와 함께 빵지순례를 떠날 예정이다.
빵빵이 두 분이 행복해 하실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행복하다.
이렇게 감사한 것들을 적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가
갑자기 엄청난 부자라도 된 것처럼 느껴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것이 바로 감사의 힘이 아닐까.
*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가난한 농부가 랍비를 찾아와서 호소했다.
"우리 집은 성냥갑처럼 작은데 아이들은 주렁주렁 달렸고
마누라는 세상에 둘도 없이 포악한 사람입니다. 가엾은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농부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울며 이야기를 했다.
랍비는 "염소를 집 안에서 키워보세요."라고 조언한다.
농부는 랍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랍비의 말을 따라 며칠을 살아보았다.
염소와 함께 사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농부는 다시 랍비를 찾아간다.
랍비는 "그럼 이번에는 닭도 집안에서 같이 키워보세요."라고 한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농부는 다시 랍비를 찾아가서 화를 낸다.
화를 내는 농부에게 랍비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한다. "그러면 염소와 닭을 내쫓고 살아보세요."
그 말을 듣고 농부는 염소와 닭을 집 밖으로 내보내고 청소를 했다.
깨끗해진 방에 눕자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군!"
농부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쳤고 황금이라도 얻은 듯 밝아보였다.
농부의 이야기는 손을 치료하던 때의 나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농부도 나도,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농부는 원래 집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원래 멀쩡한 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감사함을 미처 알지 못했을 뿐.
*
존 밀러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함의 깊이에 달려있다"라고 했다.
행복은 아마도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남의 떡이 커보인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누구나 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
자신에게 모자라는 것이 보이는 법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불행해하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미 내가 가진 것, 내 주변 환경, 내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함의 깊이에 달려 있다.
-존 밀러-
0
0
신고하기
작성자 그루잠
신고글 [감사명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함의 깊이에 달려 있다
사유 선택
- 욕설/비하 발언
- 음란성
- 홍보성 콘텐츠 및 도배글
- 개인정보 노출
- 특정인 비방
- 기타
허위 신고의 경우 서비스 이용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