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시 참 좋아요 ^^ 북마크 해두고 봐야겠어요~
나태주 시인은 참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시인이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딸에게 1 / 나태주
날 어둡고 추운데 주머니는 가볍고
배고파 낯선 밥집 드르륵 문을 열 때
얼굴에 후끈 밥내 어찌 아니 목메랴
혼자서 음식 청해 밥사발 마주하고
엄마 생각 집 생각에 수저조차 못 들겠지
장하다 어린 네 모습 눈감고도 보이 누나
딸에게 2 / 나태주
내 사랑 내 딸이여
내 자랑 내 딸이여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 속 꽃밭이다
오! 네가 없었다 하면 어땠을까 싶단다
술 취해 비틀비틀 거리를 거닐 때도
네 생각 떠올리면 정신이 번쩍 든다
고맙다 아비는 종의 연
너의 끈에 매달린다
딸에게 3 / 나태주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 거르지 마라
공주 날씨 오늘 좋다
서울 날씨 어떠냐?
가끔은 하늘도 보며
쉬엄쉬엄 살자꾸나
풀꽃 / 나태주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행복 1 / 나태주
1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뚱뚱한 아내를 바라볼 때
잠시 나는 행복하다
저의 엄마에게 긴 머리를 통째로 맡긴 채
반쯤 입을 벌리고
반쯤은 눈을 감고
꿈꾸는 듯 귀여운 작은 숙녀
딸아이를 바라볼 때
나는 잠시 더 행복하다
2
학교 가는 딸아이
배웅하러 손잡고 골목길 가는
아내의 뒤를 따라가면서
꼭 식모 아줌마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려주면서 나는 조금 행복해진다
딸아이 손을 바꿔 잡고 가는 나를
아내가 뒤따라 오면서
꼭 머슴 아저씨가
주인댁 아가씨 모시고 가는 것 같애
놀림을 당하면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진
행복 2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시 /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대숲 아래서 / 나태주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
정말 마음에 와닿는
좋은 시가 많은 것 같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