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내서 생각날때 마다 읽으면 좋겠어요.
친구 親舊
오랜시간 가까이 사귄사람, 마음이 통하고 정이깊은 벗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의미하며 단순히 나이가 같거나 가까운 사람을 일컫는 경우도 있고
서로를 이해하거나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사이
나는 친구가 있을까...
친구는 필요한 존재일까...
마음을 주고 받아야만 친구라 할 수 있을까...
요즘은 친구의 존재도, 친구의 의미도 잘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등뼈가 붙은 영혼의 친구라 여겼던 친구도 있었고,
염세적 우울증에 갇힌 10대의 끝에서 나를 꺼내준 친구도 있었다..
그런 두친구를 잃고 난뒤
마음을 나눈는 일에 서투르고
필요성조차 느껴본적이 없다...
하지만 끈끈함만이 아닌 신뢰로 엮인 몇개의 만남을 통한 친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런의미에서 쇼펜하우어의 글들을 통해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친구" "관계"에 대해 정리를 해본다.
"서로의 내면에 자극이 되고, 분발하려는 촉진제가 되어야 한다.
함께 진보하지 않는 우정은 나태와 방종이다"
첫 사회의 발을 들여 그때 만난 선배들과 30년 가까이 만나고 있다..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두달에 한번정도의 만남이 늘 설레고 기대가 된다..
우리는 아침에 만나 저녁까지 길게 하루를 보낸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도 해보고,
평소 가보지 못한 카페를 가기도 하고....
하지만 이들과의 만남이 오랫동안 유지되는건 문화의 향유다
그시기에 맞는 전시를 보기도 하고, 평소 눈여겨 봤던 건축이나 음악을 듣기도 한다.
나와는 다른 의견이 있다해도 이런 기회를 이제는 감사하게 여긴다..
때로는 그림을 보기위해 적금을 들어 여행을 가기도 하고,
그 여행은 오로지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그 지역 건축을 음미하고...
소비적인 모임이 아닌 나이들어도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그들이 친구 아닐까..
"우정은 두개의 영혼을 지니고 있다. 우정을 가진자는 두개의 영혼을 가진 자다
한 영혼이 쓰러지더라도 곁에 있는 또 다른 영혼이 그를 일으켜 세운다..
어떤 경우에도 둘이 함께 쓰러지는 법은 없다.
삶이 인간에게 우정을 선물한 까닭이다"
나에겐 친구라 일컫는 존재가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대학을 입학하기전까지 우리는 등짝이 붙은 영혼일거라 여기고 지냈다.
서로의 취향이 달라도 친구의 음악과 책을 공유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과 음악을 함께 들으며 나의 10대 시절을 같이 성장했던 친구..
영원할것만 같은 친구는 결혼과 출산으로 소원해지다 어느날 사고로 내곁을 떠났다..
미안함과 서러움 그리고 안타까움...
나만 홀로 남겨둔채 떠나간 내 영혼의 단짝...
그래도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견딜 수 있는건
가장 순수하던 시절 "우정"이란 의미를 알려준 친구의 선물 아닐까!
이제는 기억마저 흐릿한 나의 친구!
"아무리 오래 사귄 친구라도 그의 마음은 나의 눈동자보다 더 약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연약한 마음을 건드려서는 안된다"
나에게 두개의 모임을 하는 사회 친구들이 있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역군의 친구들.
30대에 만나 20년 넘게 같은 분야의 일을 하면서
신뢰와 의리로 똘똘 뭉친 친구들...
어린 시절 친구들과는 또 다른 의미로 내게는 중요한 친구들...
끈적한 무엇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상처주는 말이나 행동 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와 예의를 지키면서 만나고 있다
어려운 일이나 힘든일이 생기면 챙겨주고,
무리한 부탁 또한 하지 않는다..상대에게 부담을 주면 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고
상대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마지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불행을 혼자 감당하려는 것보다 무의미한 만용은 없다.
당신곁에서 당신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당신의 잘못에 대해 함께 용서를 구하려는 친구를 가져라"
나의 불행을 같이 감당해주고,
고통을 함께 나누고, 나의 잘못까지 함께 용서를 빌어줄 수 있는 존재
결혼한지 35년...
서로의 단점과 장점... 그리고 아픔과 슬픔까지 함께 한 세월이 있다
때로는 죽일듯 미웠던 시절도,
때로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던 시간도 돌이켜보면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준건 아닐까..
지금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다..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자식들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앞으로의 남은 시간도 나의 모든것을 감내해줄 유일한 나의 친구..
그런 존재가 "남편" 아닐까 생각된다..
다소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쇼펜하우어의 글들을 보면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관계가
오랫동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의 의미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