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합니다.
저도 아침에 눈을 뜨면 비몽사몽 간에도
제일 먼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지요.
'아, 벌써 일어날 시간이네.' 혹은 '아직 10분은 더 잘 수 있겠다.'
이렇게 제가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은 바로 <시간>입니다.
출근길에도 몇 번 씩 시계를 들여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업무 마감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점심시간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지금 잠들면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지?' 같은 생각도 매일 하지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시간을 확인하고 또 계산하실 겁니다.
이처럼 시간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정작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가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통해 시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찾을 수 없다 - 벤저민 프랭클린
2001년에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는 배우 톰 행크스의 1인극에 가까운 유명한 명작입니다.
<캐스트 어웨이>는 미국 특송회사 페덱스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척 놀랜드가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인해 무인도에서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4년 간의 생존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척은 전세계에 있는 페덱스 지점을 돌아다니며 배송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1초의 시간도 허투루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척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시간이 멈추어버린 무인도에 고립되고
그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삶과 시간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초반에 척이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시간은 인정사정 없이 우리를 지배하죠. 우리가 건강하든, 아프든, 배고프든, 술에 취했든, 러시아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화성에서 왔든 신경 쓰지 않아요. 마치 불과 같이 사람을 파괴하거나 따뜻하게 덥혀 주죠. 그래서 페덱스의 모든 사무실에는 시계가 있는거예요."
저는 이 문장이 시간은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의미로 다가오는가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때로는 우리를 압박하고 파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따듯하게 감싸 안으며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하지요.
시간은 성과와 효율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고
오늘의 시간도 버텨내는 것은 여전히 내가 잘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비록 오늘은 힘들지라도 내일은 새로운 날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간은 삶의 원동력으로, 생존의 조건으로, 희망의 불씨로 우리의 곁에 머물며 삶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시간은 사람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자원이다 - 테오프라스토스
<시간의 첫 번째 얼굴 : 원동력>
"시간은 우리의 존재의 이유입니다. 시간을 무시하거나 얕보는 것은 죄악이죠.
우리는 절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죄를 지어서는 안됩니다."
We live or we die by the clock. We never turn our back on it.
We never, ever allow ourselves the sin of losing track of time.”
사고가 나기 전, 척은 자신이 일하는 페덱스의 직원들에게
시간을 1분 1초도 낭비해서는 안된다며 일장 연설을 합니다.
섬에 고립되고 난 뒤에도 척은 커다란 바위에 매일 작대기를 그으며
얼마 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를 표시합니다. 무려 1500일이나요.
어쩌면 섬에 고립된 채 매일 똑같은 나날을 보내는 척에게
시간을 세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하루가 지났든, 한 달이 지났든, 척에게는 매일이 똑같은 날이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척은 시간을 세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것은 강박이었을까요? 아니면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을까요?
아마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시간이란 인간에게 삶의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문명 세계에서 척에게 시간은 성과이자 효율이며, 성공을 위한 무기인 동시에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고
고립된 그에게 시간은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자 하루를 살아가는 버팀목이었을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두 전사는 시간과 인내이다- 레오 톨스토이
<시간의 두 번째 얼굴 : 생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지도 몰라. 그래도 시도해야 해. 하루하루 버텨가면서."
We might not make it. But we have to try. We’ll keep going, one day at a time.
척이 섬에 고립된 순간 시간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약혼녀가 선물해준 회중시계는 멈춰버려 이제는 시계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이제는 시계에 끼워진 약혼녀의 사진만 볼 수 있죠.
고립된 섬에서 그에게 시간은 더 이상 성공의 무기가 아닌 생존의 척도가 됩니다.
척은 고립된 섬에서 친구를 만납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배구공인 "윌슨"이지요.
척은 윌슨에게 "오늘 하루도 버텨내자" 라고 말하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든 붙잡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멈춰버린 시계처럼, 섬에서의 시간은 마치 멈춘 것처럼 느껴지지만
여전히 시간은 끊임없이 흐릅니다.
내일도 살아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척은 오늘을 살아내야만 합니다.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을테니까요.
고립된 섬에서 척에게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간은 가장 지혜로운 조언자이다 – 페리클레스
<시간의 세 번째 얼굴 : 희망>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겠어. 나는 계속 숨을 쉬어야만 해. 내일도 태양은 다시 떠오를 테니까.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
"I know what I have to do now. I gotta keep breathing. Because tomorrow the sun will rise.
Who knows what the tide could bring?"
무인도의 삶은 끝없는 절망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문명 사회에서는 1초도 걸리지 않을 불을 피우는데도 수 일을 고생하고
나뭇잎에 고인 물로 갈증을 달래야 하며
수시로 불어 닥치는 폭풍우에 온 몸을 벌벌 떨어야 했죠.
모든 것은 절망과 고통이었지만 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붙잡게 해주는 것은 언제나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태양이 떠오르고,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듯, 시간 또한 멈추지 않고 흐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한 말이 있지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척은 바로 그 사실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오늘은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내일은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리라는 믿음.
척이 1500일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시간 그 자체가 선물하는 내일이라는 희망이 아니었을까요?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보면서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의 힘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지만
늘 우리 곁에서 묵묵히 흘러가며
삶의 방향을 잡아주고, 오늘을 살아가게 하며,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힘을 주는 존재가 어쩌면 시간 아닐까요?
시간은 당신 인생의 화폐이다.
오직 당신만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 - 카를 샌드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