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앞두고
머리가 깨질듯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연휴가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자도. 일어나도. 맛있는걸 먹어도.
머릿속은 오로지 한가지 고민으로 꽉차있었죠.
잡념을 없애고자
몇해전 봤던 드라마를 역주행중이었어요.
나의 해방일지.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동화되는 면이 많아서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다시 보고 있는데
9화에서 구씨가 염미정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옛날에 tV에서 봤는데
미국에 유명한 자살 절벽이 있대.
근데 거기서 떨어져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
인터뷰를 했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이
3분의 2지점까지 떨어지면
죽고 싶게 괴로웠던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낀대.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죽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발을 뗐는데 몇 초만에
그게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낀대.
그럴 것 같았어. 그래서 말해줬어.
사는 걸 너무너무 괴로워하는 사람한테
상담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3분의 2지점까지 떨어지는 거라고.
뻔히 아는 내용이고 당연히 자살하려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 똑같은 말을 하겠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고민이
결국 세월이 흐르고. 내가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할 때쯤
과연 기억이나 날 고민일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마음도 좀 편해졌어요.
팔랑귀가 좋은 때도 있어요.
혼자 우울이라는 구덩이를 몇미터씩 파고 내려가다가도
별거 아닌 말 한마디. 추억 하나로도 마음만 동한다면
바로 슈퍼맨처럼 슝~~~~ 하면서 그 깊은 구덩이서
망또를 펄럭거리며 총알같이 탈출을 할 수 있거든요.
내 인생에 있어 과연 끝까지 기억할수 있는 고민이 아니라면
머리 깨지게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데
그냥 단숨에 접는 것도 괜찮은 해결일듯 싶네요.
모든 인간관계가 피곤한 노동인 저는
그 원인도 사실은 알고 있죠.
중심을 나에게 두지 않고 항상 다른 사람에게 두고 있기에.
어릴 때 키워지지 않은 자존감이 다 늙어 생길 리 없지만
하루하루 나를 사랑하고 내 중심으로 살고 생각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며 오늘 하루도 잘 버티고 있어요.
오랫만에 긴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마음이 가라앉네요.
나중에 퇴직하면 문학이나 글쓰기 관련 공부나 해볼까
충동적으로 버킷리스트에 추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