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선 뉴스레터 우시사 아시나요? (우리는 시를 사랑해)

'우리는 시를 사랑해' 라는 뉴스레터인데요

실제 시인들이 시를 소개해주며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보내주는 뉴스레터예요
(문학동네 시인선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뉴스레터이기도 합니다 ㅎㅎ

가끔은 몰래 온 손님으로 유명인들의 글이 오기도 하구요

 

오늘은 우시사를 읽으며

좋았던 문장들 몇개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시인선 뉴스레터 우시사 아시나요? (우리는 시를 사랑해)

 

01

 

시는 언어로 이루어졌지만 감각에 호소합니다. 그래서 시적인 걸 설명하기 힘듭니다. 설명하기 시작하면 처음에 느꼈던 감각이 사라져버리니까요.

 

편지의 시작으로 돌아가볼까요. 시는 공통의 꿈을 꾸게 하지만 이때의 꿈은 내용이 아니라 감각입니다. 시가 환기하는 어떤 감각은 우리의 피부에 동일하게 내려앉습니다.

 

 

 

 

02

 

저는 시 속에서 시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를 좋아합니다. 시인이 그저 집에 있을 때, 자신으로부터 그 어떤 이야기도 발생시키려 하지 않을 때, 정말 무료할 때, 정말이지 모든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 내가 잠시 살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 때, 현실의 결계가 스르르 풀려서 현실 아닌 것들이 현실 속으로 슬금슬금 섞여갈 때, 알로카시아의 잎사귀 끝에서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지는 명장면 같은 것을 가만히 앉아 바라볼 수 있게 될 때. 그런 때에 쓰게 된 시들을 모아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보고 있습니다. 내가 세상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나 외에 그 무엇이 나보다 더 오래 관조해왔는지를 알아채게 되는 순간이 그런 시 속에는 담겨 있어서입니다. 위의 시처럼요.

 

이 세계에 자신의 신화를 아로새겨넣는 시인들의 오랜 필력 반대편에서, 이런 세계를 누군가가 조용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시에 대한 저의 선의는 되살아납니다. 시인이 보여주고 싶어한 것들을 우리는 고스란히 함께 보게 되니까요. 시인이 무릎을 감싸안았던 그 장소에 우리가 가 있게 되니까요. 시인이 스스로를 투명하게 만들 때에 읽는 이는 너무도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 하나를 얻게 되니까요.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질감인지 제대로 말하려면 삼가야 하는 것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가 저는 시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아요.

 

 

 

 

03

 

시는 근본적으로 '언어화된 목소리'예요. 한 사람의 슬픔, 한 사람의 사랑과 골목, 그 '말 할 수 없는 것들의 총체'가 시의 목소리입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목소리에 의해 설득되지요. 이해관계나 논리적 정합성을 따른다고 생각하지만, 우선 목소리를 통해 타자에게 기울고는 합니다. 마치 늙은 가수의 목소리가 내면을 꿰뚫는 것처럼. 불어오는 바람이 청량을 주는 것처럼, 시인들의 문장은 (의미가) 파악되기도 전에 먼저 닿고 먼저 번져 일렁이지요.

 

우리는 왜 시를 읽는 걸까요. 새로워지려고? 공감하려고? 미와 윤리를 알려고?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시가 '나를 넘어설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시는 마음의 뜀틀 같은 것이지요. 시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삶'에 닿아요. 이 사람은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 왜 이 문장은 이토록 내 마음을 흔들까. 이 화자는 왜 이런 고백을 할까. 이처럼 "궁금한 일들"이 무럭무럭 발생하는 동안, 우리는 이미 '나'를 넘어서 '타자'가 됩니다.

 

 

 

 

04

 

누구나 이런 갈급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지요. 기대 없이 책 한 권을 펼쳤다가 세상이 휘청거리는 걸 감지하는 것. 맞아요. 우선 책을 덮어버리고 "아무도 없는 곳"부터 생각하지요. 정신없이 읽기 위해. 마주하기 위해. 이렇게 '객관적인 사물(책)'은 나의 눈동자를 거쳐 '주관적인 삶(이야기)'으로 거듭납니다. 비로소 '나의 책'이 되는 거지요. 내 침실과 내 가방 옆에서 때로는 무심히 때로는 굳건히 나의 삶과 이야기는 함께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책 사는 게 너무 좋아요. 이처럼 '사물의 구매'가 '영혼을 흔드는 사건'으로 이어지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05

 

이제 와 보니 사람에게는 형상기억합금 같은 성질이 있고, 세상에서 어떤 덧칠이 있었더라도 기억하는 원래의 형태는 사랑인 겁니다. 사랑이 우리의 원형이에요. 그러니 되돌아가고 싶고, 되돌아가려는 생각이 없이도 되돌아가고, 되돌아가지 않으려 애써도 기어코 되돌아가지는 것이겠지요.

 

폭설을 앞세우고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빛과 어둠이 나란한 시간입니다. 그 모두를 껴안으라는 소명이 주어지는 계절입니다.

 

 

 

 

 

 

이 글들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조금 느껴지시나요?

저는 매주 한번씩, 적힌 글들을 지하철 안에서 읽으면서

조금 버석해진 마음을 채우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글들이라서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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