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보면 긴장이 돼요

제목에는 외국인들이라고 적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흑인 분들을 보면 긴장이 돼요. 지금은 성인이 됐고 아주 오래전의 일이기 때문에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태원처럼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장소는 안가게 되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 친구랑 같이 신세계 백화점을 구경가려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데 친구가 흑인 분들을 보고 '검둥이다' 라고 큰소리로 얘기를 했어요. 이건 어렸지만 그 친구가 잘못한게 맞고 저도 순간 그 분들과 눈이 마주쳐서 움찔했습니다. 근데 그 말을 알아들으신 건지 그 중에 한 분이 제 친구의 뺨을 정말 쎄게 내리쳤어요. 지하철역이라서 오고가는 사람도 많았고 그 곳이 번화가이기 때문에 유동인구도 많았지만 아무도 말려주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뺨만 때리고 뭐라고 몇마디 한 후에 그냥 저희를 지나쳐갔습니다. 저도 그 친구도 그 자리에서 한동안 얼어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후로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면 그 백화점 앞은 가지 않았어요. 흑인 분들을 마주치는게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살면서 큰 불편함은 없지만 아울렛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가끔 지나쳐가면 조심히 좀 떨어져서 지나가게 됩니다. 영화에서 재밌는 장면이 나와도 저는 별로 재밌지 않고 좀 굳어져요. 아마도 저한테는 그때의 그 분위기와 뺨을 때리면서 들리던 마찰음, 그 표정과 목소리로 기억에 남은 것 같아요. 그 당시 친구가 잘못한 게 맞지만 저한테는 잊지 못할 안 좋은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네요.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