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
상담교사
어릴 적 아버지의 잦은 고함 소리로 인해 깊은 트라우마를 겪으셨군요. 이제 독립해서 함께 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기억의 그림자가 남아 직장 상사의 고함이나 미디어 속 소리 지르는 장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이 갑니다. 아버지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그 그림자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마음에 많이 답답하고 괴로우실 것 같습니다. 이러한 트라우마 반응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뇌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이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입니다. 과거의 위협적인 상황과 유사한 자극에 대해 몸과 마음이 자동적으로 경고 반응을 보이는 것이죠. 따라서 지금 느끼시는 감정들은 결코 약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느끼는 불안, 공포, 분노 등의 감정들을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기 쓰기, 믿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에게 이야기하기,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는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해 보세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독립된 공간에 계시지만, 심리적으로도 나만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을 만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음속으로 상상하는 곳이어도 좋고, 실제로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카페, 공원 등)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 공간에서는 어떠한 소음이나 위협도 없음을 스스로에게 인지시키는 연습을 반복하세요. 상사의 고함이나 영화 장면에서 심장이 뛰는 등 몸이 반응할 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아, 지금 심장이 빨리 뛰는구나", "몸이 경직되는구나"와 같이 현재의 몸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감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호흡이나 이완 운동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노력을 병행하면 좋습니다. 아버지의 고함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오랜 시간 당신의 마음에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당신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점차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온전히 당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