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 사회성 부족

우리 강아지는 유기견이었어요.

길에 버려진 아이였지만 사람을 참 많이 따랐지요.

처음 우리집으로 오는 길에 제 무릎에 앉아서는

낯선 듯, 그러면서도 반가운 듯 저를 자꾸 바라보던 눈빛이 선해요.

 

제가 자취할 때 데려온 거라 그때는 저랑 둘만 살았어요.

그래서 저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 건지,

안 그러던 애가 모두에게 공격적으로 굴더라구요.

집 밖에서 조그만 소리만 나도 경계하고,

집에 누가 찾아오기라도 하면 

물어뜯을 듯이 왕왕거리며 짖었어요.

 

그런데 사람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도 경계가 심하더라구요.

처음 얼마간은 상대의 냄새도 맡고 잘 어울리는 듯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강아지들이 눈에 들어오기만 해도 

마구 달려들려고 해요.

 

본가에 와서 살면서는 마당에 내놓고 뛰어놀게 하는데,

대문 밖으로 누가 지나가기만 해도 여전히 짖어요.

특히, 강아지가 지나가면 대문 틈으로 코를 밀어넣고 마구 흥분해요.

비슷한 성향의 강아지 만나면 대문 틈으로 서로 짖고 아주 난리랍니다.

 

한번은 그렇게 하다가 대문에 이빨을 부딪쳤는지

주둥이에 피가 엄청 묻어 있고 앞니가 다 흔들리더라구요.

상대 강아지한테 물렸는지 주둥이 부분 털이 뽑혀 있고.

 

산책할 때 친근함을 표시하는 강아지가 있어도

만나서 냄새 맡게 해줄 수가 없어요.

일단 으르렁거리기부터 하니까, 가까이 했다가 사달이 날까 걱정돼서요.

막상 아무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조심하는 게 맞잖아요?

 

그래도 강아지들 많이 있는 데서는 꼼짝도 못하는 겁쟁이예요.

강아지 놀이터에 데리고 가면

(사고날까봐 줄 묶은 채로 꽉 잡고 있어요)

강아지들이 다가와 냄새 맡을 때 얼마나 얌전한지..

완전 밖과 놀이터 안에서가 전혀 달라요.

이중적인 이 태도, 뭔가요? ㅎ

 

언제 어디서나 제친구들하고 잘 어울리면 좋으련면

애견놀이터에서 말고는 강아지들과 상종?을 하지 않으려 해서

그게 고민이랍니다.

강아지니까 같은 강아지들끼리 어울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바로 옆집 강아지도 성질이 보통이 아니어서,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엄청 짖어댑니다.

우리 댕댕이는 또 얘한테는 안 짖네요.

옆집 애는 한 2~3살쯤 된 애라 우리 댕댕이랑 나이차가 많아요.

어린 애랑은 상종 안 한다는 그런 건지.

이것도 미스테리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