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강박증 재발할까 무서워요

초등 아이가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밝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엄마닮아 조금은 소심한 성격이긴 하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그저 이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을 졸업반부터 갑자기 강박이 시작되었어요

 

처음엔 화장실에 대한 강박이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온지 얼마 안되어서 또 화장실을 가고 싶다 하더니

점차 그 간격이 짧아져서 다녀온지 1분도 안되어 또 가고싶다 할 정도였어요

마침 소아과에 방문할 일이 있어 상담하니 별것 아니라고

그저 그 나이때 흔히 보일 수 있는 증상이라며 지적하지말고 지켜보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별일 아닌척, 화장실 가고싶다하면 가~ 라고만 하고

아이가 왜 자꾸 가고싶은거냐 물으면 그럴 수 있다며 괜찮다고만 해주었어요

그리고 두달정도 지나니 언제그랬냐는 듯 더는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해결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학교 입학 후 수시로 같은 동작으로 팔을 흔들기 시작하더라구요

틱인가 생각도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궁금해서 아이에게 물어보니 팔에 뭔가 붙은 느낌이라 때어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왼손으로도 만져야하는

양쪽 균형을 맞추려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평소 여러 매체를 통해 아이 심리에 대한 공부를 어설프게나마 해온 터라

아이에게 강박증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고 동시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너무 지적을 하면 안된다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못본 척 했지만

바라보는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행여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혹시 스스로 힘들어하진 않을지 아이의 마음이 걱정되어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치료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이에게 너가 강박증이야 라고

알려주는 것이 될테니 강박이 더 심해질까 무서웠습니다.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하니 당장에 제가 할 수 있는건 

아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며 스스로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하루를 더 행복하다 느끼도록

더 사랑해주고 더 안아주고 더 놀아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아이가 너무 힘들어보이면

괜찮다 말해주었어요. 그럴 수 있다구요

다만 너가 불편해하는 그 무언가가 진짜 존재하는게 맞는지 한번 생각해보자고 

가끔 무심하게 말하고 말았지요

 

천만 다행으로 몇달이 지난 뒤

강박증으로 보이던 행동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반년정도 지난 후엔 엄마인 저만 알아볼 정도로 약해지더니

어느순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말들을 다시 들어보니

그 시기에 학교적응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이 성격자체가 소극적이고 남을 많이 배려하다보니 

친구관계가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고, 아이도 단단해지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점차 활기를 찾고 걱정거리가 사라지니 강박증도 좋아진 것 같아요

 

정말 다행이지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 아이는 자신이 과거에 그랬는지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요

기억한다 해도 그게 강박증이라는것도 모를테지요

 

그런데 엄마인 저는 잊을 수 없으니

지금도 아이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자꾸 시선이 가고 집중하게 됩니다

혹시 또 어느새 강박이 오는건 아닌지 늘 불안합니다

성인이 되어 뇌성장이 완전해지면 맘을 놓을 수 있을텐데

그 전까지 긴시간동안 제 걱정은 계속될 것 같아요

 

그래도 믿습니다. 믿어야지요

사랑하는 내 아이, 몇번의 시련을 스스로 극복한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해낼거라 믿어요

꼭 그러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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