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강박증 때문에 힘듭니다.

강박 장애는 불안 장애의 일종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강박 장애는 강박적 사고강박적 행동으로 구분되고

강박적 사고가 불안이나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강박적 행동은 그것을 해소하는 기능을 합니다.

[당장 손을 씻지 않으면 병에 걸릴 것 같다]라는 강박적 사고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손을 씻는 강박적 행동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강박적 행동은 일시적인 안정감을 줄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합니다.

 

 

확인 강박증 때문에 힘듭니다.

 

 

저는 어릴 때 동네에서 알아주는 깔끔쟁이였다고 해요. 

잘 울지도 않고 떼를 쓰는 일도 별로 없는 얌전한 아이였는데

유독 "묻는 것"에 엄청 예민했다고 합니다.

내 몸에 무언가가 묻는게 싫어서 흙장난도 하지 않았고 옷도 자주 갈아입구요.

밥을 먹을 때도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면 

울지는 않지만 바로 입이 삐죽 튀어나와서 숟가락을 놓곤 했대요.

하얀 밥 위에 무언가가 묻는게 싫었던거죠.

그리고 비빔밥은 절대 먹지 않았어요. 

사실 지금도 비빔밥을 비롯해서 짜장밥, 카레 등등 

비벼먹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밥을 비비면 숟가락과 그릇 여기저기에 양념이 묻을 수 밖에 없잖아요?

그게 그렇게 싫었던 것 같아요.

급식에서 비빔밥이 나오면 밥 따로, 야채 따로 먹었고

카레나 짜장밥이 나와도 비비지 않고 "적시는 느낌"으로 먹었어요. 

일종에 카레 찍먹이랄까요 ㅎㅎㅎ

성인이 된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이는게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벼 먹습니다. 대신 젓가락으로요...ㅎㅎㅎ

저는 오빠가 하나 있는데 엄청난 개구쟁이였거든요.

매일 온 몸이 흙투성이로 돌아다녔던 오빠와 달리 

저는 늘 깔끔하고 단정했기 때문에

엄마는 그저 여자애라서 그런 줄 아셨대요.

 

엄마는 저를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게 머리 묶어주는거였다고 하셨어요.

늘 머리카락 한올도 빠지지 않고 단단하게 묶어주기를 바라고 

조금만 느슨해져도 뒷통수를 들이미는 딸래미 때문에 

엄마의 주머니에는 늘 꼬리빗과 머리끈이 들어있었어요.

그리고 가끔은 이런 저를 보면서

머리를 저렇게 세게 묶어대다가 대머리가 되는건 아닐지, 

이러다가 눈이 찢어지는건 아닐지 걱정이 되셨다고 합니다.

 

 

확인 강박증 때문에 힘듭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정말 오만군데에서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어요.

강박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4개의 유형이 있다고 하네요.

 

 

확인 강박증 때문에 힘듭니다.

 

저는 이 중에서 저장 강박증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느 정도 해당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확인 강박증이 꽤나 심한 편이예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일어난 일이예요.

집에서 회사까지는 도보 15분 정도 거리인데 일을 하고 있을 때 

주문한 냉동식품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그냥 복도에 두면 음식이 상할 것 같아서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 냉동실에 정리해두고 다시 회사로 갔죠.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보니 현관문이 살짝 열려있는거예요.

문이 다 닫히기 전에 사각 잠금쇠가 작동한건지 문틈에 잠금쇠가 걸려 있더군요.

그때 얼마나 당황하고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도둑이 든건가? 

현관문이 열린걸 보고 누가 집에 숨어들어왔으면 어쩌지??

정말 엄청난 생각들이 순식간에 저를 압도하더라구요.

 

그리고 한번은 장기간 집을 비울 일이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화장실 불이 켜져있더라구요.

도착한 시간이 밤 늦은 시간이였는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집 안에 불빛이 보여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요.

 

그 이후부터 저의 확인 강박증은 날개를 달았어요.

집에서 나올 때는 창문-가스불-전등 순서로 수차례 확인하고 

냉장고 문까지도 한번 밀어보고 나옵니다.

현관문도 그냥 문을 놓아버리는게 아니라

몸으로 밀어서 닫는 버릇이 생겼어요.

 

 

확인 강박증 때문에 힘듭니다.

 

 

이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 행동을 해소하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까지 바꿨구요.

최소한 3번은 확인하고, 나가기 전에 또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까지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는데

막상 밖에 나와서도 '내가 아까 현관문을 확인했나?'라며 다시 올라가서 확인해요.

실제로 어제도 또 한번 올라왔습니다.

우산 없이 밖에 나왔는데 비가 오면 이 싸이클을 두 번은 더 돌아야 합니다.

우산 챙기고 문 닫고 나오면서 한 번 확인하고

1층 내려갔다가 '현관문이 잘 닫혔나?' 생각해서 또 한 번 확인하지요.

 

제 자신이 스스로를 들들 볶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 같아요.

꼼꼼하고 잘 챙기는 습관은 너무 좋지만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제 소중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고 피곤합니다.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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