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정해둔 계획에 대한 강박증

저는 어릴때부터 스스로 일정표를 짜서 그 계획을 따르며 살아왔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고 효율적인 순서로 해내려고 시작한 습관입니다. 그런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냥 스스로 잘해보려고 한 이 습관이 저 스스로를 압박할 때가 많습니다. 따르려고 만든 계획이 타인이나 외부 환경에 의해 어긋나 조금이라도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지면 저는 멘붕에 빠지고 흥분하기 시작하며 급기야 스스로와 상황에 화가 나서 주체가 안되기도 합니다. 행복하려고,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떠난 여행지에서도 저는 분단위로 짜여진 일정표에 따라 바쁘게 움직입니다. 물론 그만큼 미리 철저히 준비하게 되는 만큼 더 많이 더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되지만 그 여행은 휴식이라기 보다 또 하나의 미션이 되고 맙니다. 남들처럼 아무생각 안하고 훌쩍 떠나거나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랜기간 내 일부가 된 습관이다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자는 것이 계획의 수행처럼 저는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휴식조차 계획의 수행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마냥 놀고 있지 않다는 자기 합리화가 가능해져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 강박 때문에 한번씩 번아웃이 오면 몇년간 무얼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진다는 겁니다 웃긴건 그 의욕 없는 와중에도 여전히 계획은 세웁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도 늘 따라다닙니다.놓아야 하는데 놓지를 못합니다. 정말 놓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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