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도보 15분 정도 걸리는 지금 집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어요.
냉동식품을 주문했는데 예상보다 택배가 너무 일찍 도착했더라구요.
퇴근시간까지는 몇 시간이 남았고 그냥 복도에 두면 다 녹아버릴거 같아서
점심시간에 외출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시 회사로 복귀를 했죠.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현관문이 열려있는거예요.
활짝 열려있는건 아니고 문이 닫혔다가 튕겨져서 열린건지 사각 잠금쇠가 작동해서 문틈에 걸려 있더라구요.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던지요.
혹시 도둑이 들었나? 누가 현관 열린거 보고 미리 숨어있다가 내가 들어왔을 때 해코지 하면 어떡하지?
막 이런 무서운 생각이 몇 초도 안되는 시간에 머릿속을 꽉 채우더라구요.
그 이후로 현관문을 확인하는게 거의 강박처럼 되었어요.
처음 이사했을 때도 이전에 살던 집보다 현관문이 가볍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날 바로 도어클로저 닫힘 속도를 조정했어요.
그리고 집에서 나올 때는 문을 그냥 놓는게 아니라 몸으로 밀어서 닫는 버릇이 생겼고,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도 문이 제대로 닫혔나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도 '내가 아까 현관문 확인했었지?'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다시 하게 되네요.
강박장애의 정의를 보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충동, 장면이 침투적이고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강박 사고를 경험하며
강박 행동을 보인다고 되어 있는데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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