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의 파도가 거세도, 나를 다정히 안아줘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오늘도 충분히 잘했어요.
요즘 들어 예전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자다가도 식은땀에 깼다가 다시 잠들지 못할 때가 많아요. 별일 아닌 일에도 괜히 짜증이 나고, 감정이 들쭉날쭉해서 나도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예전엔 일도 척척 해내고 사람 만나는 것도 즐거웠는데, 요즘은 그냥 혼자 있고 싶고,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는 제 자신이 낯설어요. 머리도 자주 아프고, 이유 없이 피곤한 날이 많아지다 보니 혹시 내가 갱년기를 겪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요.
무엇보다 마음이 제일 힘들어요. 몸의 변화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감정이 이렇게 요동치는 건 처음이라 스스로를 컨트롤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괜히 가족한테 짜증을 내고 나서 미안함이 몰려오기도 하고, 예전의 활기찬 내가 사라진 것 같아 허무한 마음도 들어요. 친구들한테 말하면 “다 그런 시기야”라며 웃어넘기지만, 막상 겪고 있는 나는 그 말로 위로가 안 될 때가 많아요.
이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지금 나는 몸이 변하고 있고,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어요. 완벽하게 이겨내려고 애쓰기보다,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려고요.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햇빛을 쬐며 산책을 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지기도 하고, 따뜻한 차 한 잔에 마음이 풀릴 때도 있어요. 아직 이 시기를 완전히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나의 새로운 리듬을 찾게 되겠죠. 지금은 그저, 예전의 나를 놓아주고 새로운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