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부모님도 비슷한 증상으로 힘들어하셨어요. 증상이 복합적이에요
아빠 문의를 드리려는 거지만,
잠시만, 어머니 갱년기 얘기를 먼저 할게요.
저의 어머니 갱년기는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무렵에 시작되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신경질적이 되셨고, 별 거 아닌 거에 화를 내셨고,
무엇보다도 별로 덥지도 않은데 엄청 더워하시고, 그럴 때는 막 화를 내시면서 옷도 벗고 그러셨어요.
어리지 않은 나이인 만큼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고, 미니선풍기를 건네드리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입 다물고 되도록 신경 거스르지 않게 눈치껏 움직이려고 했어요.
문제는 제가 입시스트레스가 있는 나이였던지라
제 학업스트레스와 어머니의 갱년기가 같이 폭발할 때는 퐈이어~ 불꽃이 여기저기 피어나곤 했다는 거예요.
그때 어머니가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씀하셨었어요.
그게 참 마음쓰이고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갱년기 검색을 많이 해보고 여러 증상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어머니께 물어보고 그랬어요.
남자 갱년기도 있다고 하던데,
저희 아버지는 자기는 안 그래서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를 도와드려야 한다고도 하셔서 저희 아버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는 없으셨던 게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고 계셨던 거였어요.
바야흐로 제가 30대가 되자 슬슬 아버지께도 남자 갱년기 증상이 하나 둘씩 보이시는 것 같았어요.
저는 사실 아버지와 이런 얘기 좀 어렵기도 해서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인지도 못 하실 것 같고, 어머니의 예전 말씀이 자꾸 떠올라서 모른 척도 좀 괴로웠어요.
성적 증상은 제가 알기가 어렵고,
정신 심리적 증상이나 신체증상에서 아버지가 호소하시는 부분이 많이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우울함과 짜증이 느셨고, 기억력이 줄고 이에 따른 자신감이 저하되셨어요.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누우려고 하시고, 근육량이 줄고 배가 계속 나오시고, 특히 불면증이 심해지셨고, 혹시 주무시더라도 식은땀을 많이 흘리시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도 가셨었어요.
하나하나의 증상을 놓고 병원에 가서 진료도 받으셨지만, 총체적인 진단으로 남자 갱년기를 얘기해주시지는 않으시더라고요.
마침 이번 트로스트 게시글이 갱년기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자가진단을 여쭤보았어요.
은근슬쩍 성적증상도 자기진단이 가능하니까 자기진단 부탁드렸고, 몇 개에 체크하셨는지만 대답을 들었어요.
역시 조금 의심되는 상황이더라고요.
저희 가족은 아버지께 직접적으로 갱년기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어머니 갱년기 시작시점에 남자 갱년기도 있고, 신체적, 심리적으로 이런 증상이 나온다는 걸 공유한 적은 있었어요. 물론 아버지는 흘려들으셔서 기억하실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래서 그렇다카더라 라는 식으로 말하게 되니까 잘 이야기할 수 있었네요.
그런데 정작 남자 갱년기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생각보다 자료가 별로 없었어요.
· 고칼로리 음식 섭취 자제
· 신선한 과일, 채소 섭취
· 충분한 휴식, 수면 취하기
· 스트레스 관리하기
·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어찌보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반론 정도밖에 없더라고요.
노화의 일부인 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요.
그럼에도 혹시 방법이 좀 더 있다면 알고 싶어지네요. 특히 우울감이 조금 있으시는 게 걱정돼요.
자연스러운 수치이건만 왠지 제 마음이 울컥해지는 것이
저부터 갱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나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