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친구에게서 자주 전화가 걸려왔다.
예전에는 짧게 안부만 묻고 끊곤 했는데, 요즘은 한 번 통화를 시작하면 몇 시간씩 이어질 때가 많다. 처음엔, 오랜만이라 할 말이 많은 줄 알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친구의 목소리 속에 묘한 불안과 혼란이 느껴졌다. 친구는 요즘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감정이 쉽게 요동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이 잦아졌다고 했다. 밤에는 잠들기 어렵고 그러다 잠들어 새벽이면 식은땀에 젖어 깨어나는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병원에서는 이른 갱년기 증상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갱년기는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찍 찾아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아직 너무 젊은데,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는 사실이 낯설고 두렵다고 했다.
요즘 친구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
사람들과 대화하다가도 이유 없이 울컥하고,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했다.
예전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점점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몸의 변화보다 더 괴로운 것은 이런 감정의 변화를 스스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란다.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갱년기가 단지 신체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균형까지 흔드는 과정이라는 걸 느꼈다. 몸이 낯선 신호를 보내면 마음도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다시 몸의 리듬을 깨뜨린다. 그 속에서 친구는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몰라 더 큰 혼란에 빠진다. 갱년기는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이해해야 하는 시기의 시작인 것 같다.
친구를 보며 이른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친구가 이 혼란과 고민의 시간을 지나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