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P가 타인을 & 타인이 ISTP를 위로하는 방법

 

 

부제 : 손길로 전해지는 따스함 그런데 이제 위로의 언어를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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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위로 받고 싶어합니다. 이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나약한 행동도 아닙니다. 인간의 삶이란 그 자체로 고단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고, 때로는 아주 사소한 위로도 큰 효능감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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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사람들 모두가 이 위로라는 것을 같은 방식으로 행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이는 직접적인 말을 통해서, 어떤 사람은 침묵과 함께 깊이 공감하는 표정을 통해, 또 누군가는 물리적 도움을 통해서 위로를 전합니다.

 

저는 MBTI 유형 중 ISTP입니다. 대체로 현실적인 것을 강조하는 편이며, 겉으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나름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신경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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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래서였을 겁니다. 제가 사회 생활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도서관에서 독일의 유명 심리학자인 이름트라우트 타르가 쓴 『나는 위로받고 싶다』라는 책을 접했을 때, 그 안에 있던 옳바른 위로의 방법들과 효용에 관해 적혀있던 문장들이 제 마음을 깊이 끌어 당겼었던 이유들이 말이죠.

 

이 책은 사람의 상처와 회복에 대해,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따뜻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이름트라우트 타르는 타인을 향한 위로가 반드시 눈물로 울먹이는 격한 감정을 담은 말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 외에도 무척이나 다양한 위로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아주 명확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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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가족은 언제나 제 삶의 중심입니다. 그만큼 마음이 무척이나 많이 쓰이고, 때때로 다가가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도 많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일로, 큰애가 평소와 달리 입을 꾹 다문 채로 학원에서 돌아와서는 평소 잘도 집 떠나가게 외치던 "다녀왔습니다~"라는 소리도 하지 않은 채 방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녀석을 보고, 아내는 의아하고 걱정스럽다는 눈빛을 저에게 보냈습니다. 평소의 불꽃같은 아내 성격대로라면 "아니 무슨 일인데?" 하고 바로 문을 쾅쾅 두드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은 처음 보는 아이의 태도에 아내도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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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대신 이번에는 제가 나섰습니다. 일단 거실 팬트리 한 켠에 있던 상자 안을 뒤졌습니다. 거기엔 큰애가 아기 때 좋아하던 인형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 최애 애착 인형과 함께 예쁜 색봉투에 만 원짜리 지폐를 몇 장 넣어서 집어 들고 아이 방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지 않고 빼꼼히 열었습니다. 침대에 엎어져 누워 있기에, 제가 다가가서 톡톡 치고 말없이 그것들을 건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양손을 번갈아 보더니 두 개를 받아들었습니다. 봉투는 편지라도 되는 줄 알고 안 열어보길래 제가 열어보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베시시하며 제품에 안겼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언어보다 더 강한 위로가 존재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금융치료였던 걸까요? 얼라들 고민하고 토라지는 이유라 해봐야 떡볶이 사먹고 인생네컷 찍을 용돈 부족하거나 하는 그 정도 아니겠어요? 쬐깐한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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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 나름대로 인형은 “늘 너와 놀고 싶은 너의 편이야”를 상징하고 봉투는 “늘 너를 물심양면으로 지지한다”는 의미였는데 알아먹었을까요… 자주 쓰기에는 훈육적으로 나쁜 방법 같지만 가끔은 이래도 괜찮지 않을까요?ㅎㅎ

 

ISTP로서 저는 늘 행동으로 감정을 전합니다.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보다는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 저에게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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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름트라우트 타르의 『나는 위로받고 싶다』를 읽었을 때 제가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위로는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말없는 동행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스킨십이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양성과 존중이 위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저처럼 자기만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도우려는 사람에게 “아, 이런 방식의 위로도 나쁜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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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P는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이 지쳐 보일 때, '어떻게 도와줄까?'라는 고민보다는 '지금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먼저 떠올립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몹시 지쳐 보이는 날이면, 딱히 뭐 위로의 말이랍시고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고 한마디 “좀 자”라고 말하고는 저 혼자 애들 데리고 짜장면, 탕수육 사 먹이고 산책을 뺑뺑 돌다 옵니다. 갔다 오면 애들은 지쳐서 일찍 자고 일석이조예요.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이 방식이 저에게는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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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ISTP인 저에게도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ISTP를 향한 그 위로는 반드시 거창한 말이나, 격한 위로의 표현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히려 제가 위로를 가장 잘 느낄 때는, 상대가 저를 그냥 내버려두는 순간들입니다. 억지로 말하게 하고, 감정의 상태를 캐묻기보다는, 그저 제 옆에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것 말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보다는 ‘기분 꿀꿀하면 바람 쐬러 드라이브나 갈래?’ 같은 접근이 훨씬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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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상황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위로.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방식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말이 없이도 온전히 나를 이해받는 느낌,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위로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 말씀 드린 이런 방식이 정답은 아닙니다. 책 『나는 위로받고 싶다』 속에서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위로받고 싶어하며, 그것은 반드시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상대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할 수 있어야 진짜 위로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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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말하는 연습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꼭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내가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때, 애들이 내 생각을 궁금해할 때, 예전 같았으면 그냥 별말 없이 넘겼을 상황에도 저는 이제 조금씩 언어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어땠어? 많이 힘들었어?"라든가,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고 기뻐" 같은 말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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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들이 몸에 익숙해지면, 나의 말 없는 '몸짓 위로'라는 자켓 위에 '위로의 언어'라는 따뜻한 코트가 하나 추가되겠지요. 그리고 그 위로가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깊이 상대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저는 매일 아주 조금씩 바뀌어 가려 합니다.

 

저는 ISTP로서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해왔습니다. 말없이 건네는 음료, 무심하게 덮어주는 이불, 또는 냉장고에 붙이는 아내를 향한 응원의 작은 메모 포스트잇 한 장. 그런 방식이 저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위로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위로 위에 한 줌의 언어도 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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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위로 방법이라는 주제에 맞게 예전에 읽은 『나는 위로받고 싶다』라는 책을 떠올리며 글을 써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나의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상대에 맞는 위로 방식도 함께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나의 행동과 언어를 타고 전해진 위로가 상대의 아픔과 서로 마주보며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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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위로란, 나만의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특성도 함께 배워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모두가 가진 제 각각의 위로하는 방식 또한 조금 더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서로의 위로가 상대의 아픈 마음까지 잘 닿아서 상처가 치유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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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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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왕짱은세하맘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가장 흔한것이 아주강력한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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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작성자
      흔한것이 아주강력한 위로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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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수
    위로할 때 내가 지금 뭘 해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도 의미있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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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작성자
      그렇지요? 실질적인 위로는 가끔은 해결책 제시이기도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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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arow1
    금융치료 너무 좋은데요.
    저도 그 치료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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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작성자
      저도 돈쭐 맞고 싶습니다. 누가 눈물 쏙빠지게 야단쳐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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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 껌프
    토닥 토닥 보다는 통닭통닭 위로 웃었네요
    재밌는 글로 유쾌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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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작성자
      위로는 재밌는 이미지 짤이 많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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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혜향
    금융치료위원회 ㅎㅎ
    위로 최상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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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작성자
      금융치료 호되게 당하고 싶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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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치료ㅋㅋ저도받고싶네요
    ISTP는 진짜 시간을 주면 스스로 훌훌 털고 일상으로 돌아오는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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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작성자
      맞습니다 백마디 말보다 한마리 통닭이..백명의 말뿐인 공자님 보다 한장의 신사임당이 든든한 위로가 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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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추하지마셈
    무심한 위로라, 공감되네요. 그렇게 보면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조용히 위로받고 싶을 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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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작성자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하나도 없는 거 같다는 말씀 참 공감됩니다. 무엇이든 노력의 산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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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버기
    “결국 위로란, 나만의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특성도 함께 배워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 이 말이 침 좋네요^ 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