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P여자가 우울할 때 극복법

 

ISTP여자가 우울할 때 극복법

 

 

 

 

때때로 창밖에 비가 오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고, 기운이 쭉 빠질 때가 있어요. 그런날은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이 무겁고, 말수도 줄어들고, 잠이 쏟아지곤 해요. 

 

저는 ISTP 유형이에요. 사람들은 ISTP를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조용한 해결사’쯤으로 기억하지만, 저 같은 ISTP도 가끔은 멍하니 벽만 바라보게 되는 날이 있답니다.

 

 

 

 

30대 워킹맘으로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내 감정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우선 ‘해야 할 일’부터 처리하게 돼요. 그러다 문득 모든 걸 멈추고 싶을 만큼 무기력해질 때가 찾아오기도 해요.

 

 

 

 

ISTP는 대체로 내향적이지만, 감정 표현을 아주 안 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감정을 겉으로 꺼내기보다는 혼자 정리하려는 경향이 크죠. 저도 마찬가지로 그래요.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조용히 내 안에 있는 감정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스스로 균형을 잡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우울한 기분이 찾아오면 원인을 분석하려 했어요. “왜 이러지? 피곤한가?”, “생리 전인가?”, “내가 뭘 잘못했나?”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이런 분석을 해봐야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도 많고, 어떤 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날엔 분석도 해결도 잠시 내려놓는 게 오히려 더 나아요.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평범한 휴식’을 찾는 거예요. 예를 들면 주말 아침, 가족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혼자 조용히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요. 그러고 나서 어릴 적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OST를 틀어놓고, 식탁에 앉아 다이어리를 꾸며요. 아무 말도 없이 손만 움직이는 그 시간이, 작고 평범하지만 제겐 정말 조용한 위로가 돼요. 아무 걱정없이 즐겁기만 했던 어릴적 다꾸나 하던 때로 돌아간 기분 때문일까요?

 

 

 

 

주변의 친구들 중엔 말로써 마음을 털어놔야 기분이 풀리는 E유형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은 “뭐가 문제인지 말이라도 해봐”라고 상담해주기도 해요. 하지만 저처럼 ISTP인 사람은 말보다 조용히 자기 시간을 갖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몇 달 전, 이유 없이 기분이 침울했던 어느 평일 저녁이 떠오르네요. 그날은 퇴근 후 몰래 코인노래방에 갔어요. 몇 곡을 불렀는데, 어릴 적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면서 잠시 고민 없이 즐겁기만 했던 유년기의 저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그 몇 십 분이 제 마음을 조금은 밝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또 하나의 극복 방법은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거예요. 감각형인 ISTP는 손끝의 감촉, 바람의 느낌, 소리와 냄새에 민감해요. 저도 그런편인데요, 그래서 기분이 가라앉을 땐 근처 공원에 산책을 나가요. 남편과 아이의 손을 잡고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마음이 자연과 서서히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런 조용한 산책이 저를 힐링시켜줘서, 우울한 감정도 조금씩 옅어지곤 해요.

 

 

 

 

남편은 가끔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해?”라고 물어봐요. 그럴 땐 저는 웃으며 “딱히 할 말이 없어서?”라고 대답해요. 겉으로는 강한 척을 하지만, 사실 ISTP는 누군가가 조용히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에 다시 일어설 힘을 얻어요. 꼭 큰 조언이나 해결책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제 침묵을 존중해주고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위로가 되니까요.

 

 

 

 

 

ISTP는 대체로 외유내강인 경우가 많아요. 우울할 때도 티를 내지 않고, 스스로 나쁜 감정을 정리하려고 애쓰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별일 없는 줄 알았다”고 오해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조용하다고 해서 우울한 날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저는 그저 그것을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제 방식대로 다스릴 뿐이에요.

 

 

 

 

요즘은 회사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늘 정신이 없지만, 저는 우울한 기분이 찾아올 때마다 조용한 휴식을 선택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누구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리고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여유. 그게 바로 ISTP인 제가 우울함을 극복하는 방식이에요. 그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이 다시 저를 회복시켜줘요.

 

 

 

 

그러고 나면 저는 평소처럼 무뚝뚝하지만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와요. 아이와 웃고, 남편과 함께 하루를 나누고, 제 삶을 조용히 이어가요. 제게도 우울함은 피할 수 없는 파도처럼 가끔씩 찾아오지만, 저는 그 파도 속에서도 마음속의 균형을 잡으며 다시 노를 저어 나가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