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방법들입니다 저도 이럴때 참고해야겠어요 감사해요
부제: 제 우울함 극복 비결은 결국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행동이 답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가끔은 괜히 하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입맛도 없고, 집안 분위기도 평소보다 정적의 시간이 늘어난 듯이 느껴질 때면, 저 스스로도 흠칫하며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특히 아이들 웃음소리도 희미해서 잘 안들리고, 무언가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MBTI중 ISTP 유형입니다. 흔히 ISTP는 말수가 적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고들 알려져 있죠. 저 역시도 그런 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분이 안좋을 때도 누군가에게 탁 털어놓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마음속에 생긴 모난 감정들을 정리하려면, 누군가의 위로의 말보다는 제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야만 풀리는 성격입니다.
저는 평소에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잘 지내고 있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상냥하고 친구같은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저도 가끔 이유 없이 침울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센치해져서 감정 기복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의 일인데요, 평범한 주말이었고, 별다른 일정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큰애랑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고, 둘째는 방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소파에 앉아 TV로 예능프로만 켜둔 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마음 한구석이 참 묘하게 허전하고 텅~~빈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둘째가 스케치북을 들고 제 옆으로 후다닥 달려 왔습니다. “아빠 이거봐. 내가 우리 가족 그렸어.”
종이에는 삐뚤빼뚤한 선으로 저와 아내, 그리고 언니와 본인이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건 아빠가 나랑 자전거 탈 때 모습. 아빠는 잘 웃어서 항상 이렇게 그리고 싶어.”
두번째 페이지를 넘기니 나하고 저하고 둘이 그려진 그림이 나오더군요.
그 순간, 마음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무덤덤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날따라 그 그림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책바가지인 저는 눈물이 살짝 나서 녀석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케데헌 보면서도 오열하는 타입입니다. “정말 잘 그렸네. 아빠 기분이 어어어엄청 좋아졌다.” 그렇게 말하면서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정말 진짜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ISTP라서 그런것인지 몰라도 저는 감정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행동에는 누구보다 깊이 감동받는 편입니다. 평소 말안하고 있을때는 표정이 무뚝뚝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은 여리고, 표현은 서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랑은 크다라는 말이 저에게 딱 맞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ISTP 유형들은 보통은 감정적인 위로보다는 실질적인 행동이나 해결책에서 위안을 얻는 성격이라고들 합니다. 저도 대체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우울할 때는 억지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에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대청소를 하거나, 오래 미뤄둔 책장을 표지 색상별로 작가별로 다시 정리정돈 해보기도 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손을 바쁘게 움직이면 울적하던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한 번은 아내가 무심코 말했습니다.
“당신은 기분이 안 좋을 때 꼭 청소하는척 하더라. 그래서 내가 바로 눈치 채지 삐진거.”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습니다. 아예 틀린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억울한것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청소하는 척이 아니고 진짜로 청소를 했기 때문이에요!ㅋㅋ 말로는 잘 표현 안하지만, 저는 그렇게 저만의 방식으로 우울한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원하는 곳에 취업이 잘 되지 않아 한참 침울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던 그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꺼려졌고, 부모님 앞에서도 애써 웃는 척하며 침울함을 숨겼습니다. 그때도 저는 혼자 조용히 도서관에 앉아 하루 종일 취업에 필요한 책들을 읽거나, 토플책을 보거나, 그러다 저녁이 오면 밤늦게까지 혼자 걸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군가 그때 제 모습을 봤다면 몹시 외로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혼자 우울함을 달랠 시간이 반드시 필요 했었거든요.
ISTP로서 저는 쓸쓸한 감정에 파묻히기보다는 현 상황을 분석하고, ‘무엇이 나를 이렇게 침울하게 만들었는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저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근본 원인을 찾고, 해결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면 어떤 해결책이 이있는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이런 이성적인 사고가 감정 자체를 억누르며 더 안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이런 이성적 논리적 접근이 더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가끔은 혼자서 집근처의 강변길을 걷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유투브를 들으며 천천히 산책합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울적하고 쓸쓸했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낍니다.
또 어떤 날은 집앞 도서관에 들어가 조용히 책을 보기도 합니다. 장르 불문 그날 읽고 싶은 것을 읽습니다. 물론 긴 시간 다 읽지는 못하지만 무언가 집중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지 않던 감정도 자연히 정리되어 소멸됩니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제게는 큰 위로입니다. ISTP는 말로 풀기보다는 행동으로 감정을 다루는 유형이라고 하는데 저 역시 그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무엇보다도 제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건 우리 가족입니다. 아이가 건네는 그림 한 장, 아내와 함께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저녁 식사 후 가족 모두가 함께 보는 TV예능, 드라마 한 편. 이런 일상이 저를 다시 인생의 본 궤도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어쩌면 ISTP는 ‘자연적 회복력’을 가진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화려하게 위로받지 않아도 묵묵히 본인 스스로를 컨트롤하며 회복하는 사람들. 저는 그런 ISTP중 하나입니다.
ISTP로서 침울할 때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혼자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지는 않습니다. 저는 행동하면서 마음을 다스립니다. 집안 정리를 하거나, 걷거나, 아이와 노는 등의 소소하고 별 것 아닌 행동 속에서도 기운을 얻고 다시 중심을 잡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삶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침울한 날이 있고, 때로는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슬픈 심연의 깊은 골짜기를 지나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저는 제 방식대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차분하게 다시 나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침울함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걸 믿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우울한 날이 오더라도 스스로 잘 극복하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ISTP로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