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P 남자의 생활밀착형 단점 모음집
부제: 냉정함이 먼저 도착하고 따뜻함은 가끔 지각한다.
저는 스스로 꽤 다정하다고 믿고 있는 ISTP 남자 입니다. 현실 감각은 제법 강해서 장점이라고 할만한데 반대급부로 일상에서 문제가 되는 단점들이 분명 있더군요.
이번에는 최대한 저의 생활 밀착형 사례들에 빗대어 적어보겠습니다.
아침에 아내가 “오늘 하루 할일이 너무 많아ㅠㅠ 일정이 빡빡해”라고 말하면 저는 그말을 듣자마자 아내의 일정 최적화부터 계산해서 솔루션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아침 그일은 30분안에 끝내고 이동시간 줄이고, 주차장이 잘 없을테니 시간을 아끼려면 택시를 타야 할거야” 같은 식의 해결책이 먼저 튀어나오죠. 그런데 그 순간 정작 필요한 건 “힘들겠다ㅠㅠ 내가 도와줄 것 없어?”같은 위로의 말이였다는 걸 뒤늦게 깨닭고 눈물 쏙 빠지게 야단 맞습니다.
친구놈들 단톡방에 공지가 올라오면, 저는 읽고 머릿속으로만 ‘확인’합니다. 답장 타이밍이 늦어져서 본의아니게 읽씹? 하는놈이 되어요. “짧게라도 바로 보내기”를 머리로는 알지만 “정리해서 나중에 한 번에 보내자”라는 습관이 나와 버립니다.
또 어떤 날은 편의점에서 커피를 고를 때 가성비 계산을 시작합니다. 아내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거 사줘”라고 하는데요. 저는 무심코 원플원 상품이나 더 저렴한 걸 집어 들어서 아내에게 사소한 서운함을 만들어 또 야단 맞습니다.
마트 장보기에서도 ISTP 본능은 발동됩니다. 개별 100g당 단가, 유통기한, 용량을 칼같이 비교하며 카트에 담죠. 궁상인가요…? 하지만 아내는 “그냥 그날 딱 먹고 싶은거“를 원했고, 저는 늘 그 마음을 놓쳐서 또 야단 맞습니다. 실수를 반복하는자와 칼같이 꾸중하는 자의 자강두천 싸움이에요.
주말 저녁 메뉴를 고를 때도 효율이 발목을 잡습니다. 대기줄 짧은 집, 주차 편한 집 그러면서도 적당히 맛집을 서칭합니다. “아, 오늘은 분위기 좋은 데 가고 싶었는데 내가 또 가성비충에게 당하네”라는 아내의 날카로운 비수가 귀가길 뒤통수에 뒤늦게 날아와 꽂힙니다. 또 야단맞습니다.
애들 숙제를 도와줄 때, 저는 전체 논리 구조부터 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말을 하면 저도 모르게 “근데 이게 논리적으로 말이안되서 실현이 불가능해”라던가 쓸데 없는 소리로 무한한 잠재력에 제동을 겁니다. 애들의 썩은 표정과 그걸 조용히 지켜보던 아내의 주먹이 불꽃처럼 요동칩니다.
집안일을 할 때도 문제 해결 모드가 불을 뿜습니다. 싱크대 수전이 새면 유튜브로 방법을 찾아서 한 30분 연구의 연구를 거듭하고 바로 몽키들고 파이프렌치들고 분해부터 합니다. 손재주도 별로 없는 주제에 이론만으로 시작한 도전때문에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이 ‘싱크대와의 전쟁’으로 하염없이 지나가고, 가족과 보냈어야 할 조용한 시간은 다음 주말로 밀립니다.
선물을 고를 때도 실용성 우선정책이 발동합니다. 내구성, A/S, 가성비, 실용성등등 정작 받는이의 감동은 배제되지요. “예쁜 쓰레기를 사는것은 죄악이다“라는 제 말에, “가끔은 예쁜 게 다야”라는 칼답과 함께 또 야단맞습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오면 저는 짧게 핵심만 묻고 끊습니다. “별일없죠?건강은? 약 드셨어요? 네~네~알겠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따뜻한 말 대신 궁금한점 체크리스트 확인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이웃을 만날때면 인사는 아주 밝게 건네는데요, 대화는 단답으로 짧게 끝냅니다. 사회성이 좀 떨어져서 그런 것도 있지만, 명확한 정보없이 그저 떠드는 수다에 익숙치 않은 점도 있습니다. 이웃분들은 “상냥한 사람인지, 조금 차가운 사람인지?”라고 어리둥절하게 느낄 수 도 있겠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약속 시간은 칼같이 지키지만, 약속 장소의 상황이 예상과 다르면 갑자기 플랜B를 발동시켜 다른 장소로 가자고 권유합니다. 저는 저의 이런면이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함께하는 사람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에 당황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구요. 나의 유연함은 곧 누군가에게 급발진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합니다. ㅎㅎ
카톡 답장은요 길게~논리구조, 맞춤법, 띄어쓰기 검사 까지 정리해서 보내려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칩니다.
일단 짧게라도 “넵 지금 보고 있어요!” 식의 대답 이나 이모티콘 하나면 되는데 말이죠. ISTP식 완벽 완결 욕구가 커뮤니케이션 리듬을 깨는 거지요.
퇴근 후엔 조용히 본인의 취미에 몰입할때가 있어요.특별한 건 아니라도 저만 재밌는 소확행들을 즐깁니다. 문제는 가족간의 대화가 뒷전으로 밀릴 때가 있다는 겁니다. 이러면 또 야단 맞는겁니다~.
직장에서 회의할때 누군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저는 그에 따르는 리스크부터 계산합니다.“오~정말 좋은데, 만약 실패 시 투입 비용의 처리와 책임소재는?”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저절로 입밖으로 튀어 나옵니다. 제 의도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예방차원인데요 듣는 이들는 단순히 꼰대의 딴지걸기로 받아들일 것 같아요.
아내와 아이들과 둘러앉아 부르마블 게임을 할때면 저는 규칙을 정확히 지키자고 합니다. 애기들 특유의 창조 땡깡룰에 “그건 공식 규칙이 아닌데…”라고 잘라서 말해요 ㅋㅋ그 순간 가족게임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공정한 규정 준수가 아니라 모두의 행복한 웃음이라는 사실을 놓칩니다. ㅎㅎ
이런 ISTP적인 단점들의 공통분모는 명확합니다. 바로 논리, 효율, 가성비의 지나친 사랑입니다. 어떤 때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상황과 타이밍을 조금만 놓치면 바로 냉혈한 되는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더이상 야단 맞지 않기 위한 상황 타개책으로 몇몇 작은 습관들을 만들기로 계획했습니다. 우선 대답 첫마디는 솔루션 대신 공감하기, 예를 들면 “오늘 진짜 고생했겠다.ㅠㅠ” 또 카톡은 10분 내 초단답이라도 보내기: “일단 본다! , 좀이따 피드백줄게.” 그리고 장보기 할때는 내가 먼저 고른다고 나대지않고 조용히 카트만 밀고다니기. 주말에 가족들과 놀때는 뇌빼고 놀기. 애들 숙제 봐줄때는 선칭찬 후생각하기. 메뉴 선정 할 때는 “상대에게 먼저 권유 및 허가 구하기” 일을 할 때는 완벽을 기하기 보다, 제때 정답보다 관계의 리듬을 살리는 길을 택하기 등이 그것입니다.
ISTP의 냉정한 면은 명료함으로, 과분석증후군은 섬세함으로 치환해서 바꿀 수 있습니다. 핵심은 먼저 따뜻함을 챙기고 그다음에 비로소 정확함을 따지는 거겠죠? 순서를 바꾸면 똑같은 말을 해도 상대는 다르게 받아 들일 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틀릴 수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실천하기!
“나는 이렇게 알고 있는데, 혹시 다른 내용인가?”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브레이크가 아닌 에어백과 같은 충격 완화 장치가 되어줍니다.
여러분 서로의 MBTI 유형의 단점을 고치려 들기보다, 우선 장점을 빌려 씁시다. F의 따스함이 있기에 T의 명료함에도 더 가치가 생깁니다. J의 계획으로 P의 유연함이 더 멀리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같은 팀이고 맡고있는 포지션과 역할만이 다를 뿐입니다.
우선 저는 먼저 당신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이후에 제 방식도 한번 고려해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