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해도 된다는 소리가 듣고 싶은 is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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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맡게 되면 진짜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내게 주어진 것을 잘 해내고 싶고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근데 잘했다는 건 예의 상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리 열심히 해 놓아도 항상 미련이 남고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돈을 준다고 해도 안하게 되더라구요. 자신이 없습니다.

새벽이 넘는 시간까지 머리 싸매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신랑이 그만 대충하라고 그러더라구요. 지금 해 놓은 것도 충분히 훌륭하다, 더 수정한다고 해도 니 정성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냥 완성된 것 그것만 생각하지 니가 얼마나 애써서 이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일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더라구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맥이 빠지기도 했지만 마음으론 왠지 그렇지? 나 이만하면 노력한 거 맞지?? 하는 스스로의 칭찬이 들렸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나 자신이 나를 너무 몰아세운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혹사시켜야만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게 맞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 길로 바로 작업을 멈추고 푹 잤습니다.

요즘은 이전 보다는 조금 대충 하는 편인데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살짝의 실수도, 나 말곤 아무도 모르는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나를 이겨내고 그냥 넘기는 건 아주아주 크고 무거운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무시하듯 넘기니 지금은 작업 속도도 빨라지고 부담도 줄었어요. 내가 덜 신경쓴 작업물이니 미운 소리 들으면 그 때 수정하지 뭐,, 이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여전히 수정을 반복하며 일하지만 자그마한 실수는 넘길 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고 있고, 스스로가 용납할 수 있는 선을 정해서 일하니까 더욱 저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대충 하자는 말이 예전엔 정말 책임감 없이 들렸지만 이렇게나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말이라니. 그동안 너무 피곤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의 선을 지켜 해낸다면 대충 하는 것도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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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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