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가 되어버린 울 엄마

경도인지장애가 있으신 우리 엄마

한달 전쯤 여름감기도 걸리시고 너무 안 드셔서 걱정 많았는데

요즘은 갈릭바게뜨에 꽂히셔서 지난 금욜 두 통을 사 왔는데도 물론 저도 먹었지만 오늘 낮에 다 먹었어요.

오늘 제가 늦게 일어 났더니 혼자서 바게뜨 드시고 계셨어요.

운동 갔다 오니 나머지 남은 거 다 드시고 점심은 안 드시려 했는데

그래도 새로 솥밥에 한 술 뜨시라고 했더니 명태회무침 맛있다고 밥도 반 공기 드셨어요

그리곤 5시 30분쯤 시장하셔서 거실로 나오시길래 먼저 저녁 드시겠냐고 점심 때 먹고 남은 식은밥에 차려드리려 하니

나중에 사위 오면 같이 드시겠다고

너희들 먹을 때 같이 먹어야 맛있는 것 먹을 거라고 하셨어요.

한 시간은 지나야 저녁 먹을 것 같아서

사과 한 개 강판에 갈아서 드리고 치즈도 한 장 드렸어요.

저녁은 갈치 구워서 추어탕하고 콩나물 무침해서 먹었어요.

저녁 드시면서 사위보고

대장이 와야 맛있는 것 많이 한다고 하셨어요. 좀 찔리기도 했어요.

남편 같이 안 먹으면 아무래도 둘이서는 간단히 먹게 되거든요.

매워서 못 드시는 반찬 우리끼리 먹으면

궁금해하셔서 맛 보게 해 드리면 

맵다고 뱉어내시면서도 저희가 먹는 게 더 맛있어보이시나봐요.

생선 사 오면 중간 속살은 엄마 드리고 저랑 남편은 살 발라내고 난 부분만 먹는데도 눈치도 못 채시고

망고 깎아서 속살은 엄마 다 드리고 갈비만 먹는 딸은 전혀 모르시더라구요.

어떨 땐 너무 천진난만하게 애기 같으셔서

남편과 제가 한참 웃기도 해요.

엄마 집에 모신 지 6개월이 지났네요.

더 나빠지지 않고 밥 잘 드시고 이렇게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애기가 되어버린 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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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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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정말 눈물나네요. 딸이니 이렇게 하시는 겁니다. 며느린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살아계실때 기둥입니다. 
    잘 해드리세요. 힘드시겠지만 안계시면 눈물나십니다. 
    저 처럼요. 저는 엄마 떠나 보내고 지금도 가끔은 엄마 꿈을 꾸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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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복동
      작성자
      감사합니다. 저도 힘들지만 이렇게 엄마랑 계속 지낼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드려요.
      저는 아버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가끔 아버지 꿈을 저도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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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저희 어머님은 19년도에 하늘나라에 95세에 가셨네요. 그런대도 아쉽고 그래요 자주 생각이 납니다. 엄마가 살아계실때 정말 우릴 많이 사랑하셨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옆에 있을땐 왜 그것을 몰랐을까 해요 지금에와선 옆에 계셨으면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모시는 동안 힘내시고 어려움 점 있음 이렇게 소통하시면서 푸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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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
      감사합니다. 정말 소통하면서 많은 위안과 힘을 얻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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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븐
    어머니 집에 모셔온다는글 본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군요
    글 볼때마다 제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어머니 모시는거 쉽지 않은데..
    글에서 사랑과 정성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힘든일도 있으시겠지만...힘내시고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들 잘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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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복동
      작성자
      감사합니다. 요즘은 엄마가 잘 드셔서 싸울 일도 없고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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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잠
    뭐랄까... 마음이 참 따스해지기도 하고 저릿해져오기도 하는 글이네요.
    아마 어머님들도 우리를 키우실 때 못난 부분은 본인들이 드시고 좋은 것, 예쁜 것만 먹이면서 정성을 다해 키우셨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이제는 그 사랑을 부모님께 돌려드리고 제가 지켜드려야 할 나이인데, 제가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부모님은 영원히 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큰가봅니다. 이 글을 보면서 아직도 투정 부리고 짜증 부리는 저를 반성해보게 되네요.
    어머님을 돌보시며 마음 아프고 힘든 날도 많으셨을텐데 사랑과 정성으로 어머님을 돌보시는 복동님의 마음이 저에게도 전해져서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오늘도 어머님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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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복동
      작성자
      그루잠님, 정성어린 댓글 잘 읽었어요.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제가 봐 온 그루잠님은 부모님께 잘 하실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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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nah shin
    상담교사
    나이가 드시면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하더라고요~안 먹으면 그 때 부터 아프다고.. 딸 덕분에 이것 저것 맛있는거 많이 드시네요~글을 읽으면서 인생이란 정말 별거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맛있는거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그렇게 하루를 함께 한다는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어머님을 향한 딸의 사랑이 느껴져서므훗해지면서도 반성하게 되네요~엄마의 웃음을 볼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하며 더 잘 해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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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복동
      작성자
      오늘은 아침드시고 나셔서 우리 딸 덕분에 이렇게 잘 먹고 지낸다시며 칭찬도 해 주셨어요. 요즘 잘 드시니 정신도 맑으시고
      기분도 좋으셔서 치매라고 생각이 안 들 정도여서 이렇게만 계속 지내면 좋겠다고 기도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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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어머니 집에 모시고 계시는군요.. 잘드신다니 얼마나 좋으실까요?  어머니께서 딸의 정성 다 아실거라 봅니다.
    주위에서 계실때 잘해드리라고 하는데 저도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님보면서 저도 조금 반성을 해봅니다. 저는 오히려 부모님께 받는게 많으니깐요ㅜ
    어머니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