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제 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멈추질 않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외국에 살고 있고, 부모님보다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와 더 가까웠어요. 제겐 자라면서 외가 쪽 두 분이 유일한 할머니, 할아버지셨어서 그냥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

 

부모님께는 하지 않는 애교도 하고, 전화도 더 자주 드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늘 전했어요. 지금 남편도 제일 먼저 할머니·할아버지께 소개했고, 결혼식도 일부러 한국에서 했어요. 꼭 와주셨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그 해부터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셔서 결혼식에도 못 오실 정도였어요. 투석을 하셨지만 그래도 당장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최근에 알게 된 건데, 할머니가 무릎 수술을 하시면서 할아버지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잠시 요양병원에 맡기셨대요. 원래 2주만 계실 계획이었는데, 그곳에서 상태가 나빠지셔서 결국 집에 돌아오시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신것도 최근에 문제가 있던 병관 전혀 관련 없는 요양병원 실수로 전혀 다른걸로 갑자기 돌아가신걸로 들었어요.

 

안좋다는 소식 듣자마자 급히 한국에 가서 얼굴을 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계속 제 탓 같아요. 할아버지 요양병원 가셨을때가 외국에서 사고를 당해 아무것도 못 하고 쉬고 있던 시기였는데, 만약 그때 한국에 와서 할아버지를 돌봤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고요. (만약 알았더라면 고민도 없이 와서 돌봤을꺼에요) 심지어 ‘내가 한국에 할아버지 뵈러 안 갔더라면 더 오래 사셨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왜냐면 얼굴보고 바로 몇일 뒤 돌아가셨거든요)

 

장례식 때는 가족들이 다 슬퍼하시니까 저는 울면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숨어서 울고, 할머니를 챙겼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그때 그냥 크게 울 걸’, ‘내가 슬퍼하는 걸 할아버지가 못 보셨으면 어쩌나’, ‘내가 힘들다고 기도할 때 할아버지 건강을 더 빌 걸’ 같은 후회가 쏟아져요.

 

유골을 직접 봤는데도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괜찮다가도 갑자기 오열하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고, 이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 계신가요?

이런 죄책감이나 슬픔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건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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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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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
    우선.. 너무 마음이 안 좋으실 것 같아요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비슷한 경험은 없지만, 글쓰니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만 꼭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할아버지께서도, 그리고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거예요
    죄책감을 억지로 억누르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죄책감에 휩쓸려서 파묻혀도 안 되는 것 같더라구요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슬픈 것과 죄책감을 잘 구분하셔서
    온전히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잘 보내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주제넘은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시간이 약이라고 하더라구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글쓰니님이 잘 이겨내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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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
    많이 슬프시겠어요.
    할아버지가 사연자님이 행복하게 사시는걸 더 좋아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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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
    조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애착관계가 단단히 형성되었나 봅니다
    돌아가시기전에 미국에서 뵈러 올 정도면 충분히 잘 하신거죠
    상담치료를 받으시는것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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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지금 글에서 드러나는 호소는 사랑하던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깊은 슬픔과, 자신이 충분히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에요. 외국에서 생활하며 직접 돌보지 못한 상황, 마지막 얼굴을 본 뒤 바로 돌아가신 일, 장례식에서 슬픔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경험 등이 겹치면서 후회와 자책이 반복되고 있어요. 또한 유골을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고, 갑작스러운 오열을 반복하는 정서적 혼란도 나타나고 있어요.
    
    이런 마음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하나는 갑작스러운 상실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느끼는 충격적 슬픔이고, 다른 하나는 ‘만약 내가 더 했더라면’이라는 가정 속에서 스스로를 비난하는 죄책감이에요. 실제로는 요양병원의 상황과 건강 문제 등 본인의 통제 밖 요인이 결정적이었음에도, 마음이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심리적 경향 때문에 자책감이 강하게 나타나는 거예요.
    
    대처 방향으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안전한 공간에서 충분히 울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해요. 슬픔과 후회는 사랑의 표현이므로 부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또한 ‘내가 못해서’라는 생각보다는 ‘할아버지가 나를 사랑했다는 사실과 마지막 순간 얼굴을 봤다’는 점을 기억하며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것이 중요해요. 필요하다면 전문가 상담이나 슬픔 조율 프로그램을 통해 상실과 죄책감을 안전하게 풀어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시간은 마음을 조금씩 회복시켜 주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부드럽게 대하는 태도가 꼭 필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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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고인과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느끼시는 마음이 전해져 저까지 마음이 아픕니다. 할아버지와 그만큼 각별한 사이였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겪는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짐작이 됩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자신을 탓하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요양병원에 계셨을 때 직접 돌봐드리지 못한 것도, 마지막 얼굴을 본 뒤 이별하게 된 것도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한국에 와서 자신을 만나러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셨을 겁니다.
    장례식에서 슬픔을 억누르신 것도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을 챙기려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이제라도 꾹 참아왔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세요. 슬플 땐 실컷 울고, 보고 싶을 땐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이러한 감정들을 충분히 마주하는 과정이 슬픔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네,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할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사랑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분명히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실 겁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며, 이는 고인을 향한 깊은 사랑과 상실감이 얽혀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괜찮은 척하는 대신, 슬플 때는 마음껏 우세요. 억누르지 않고 감정을 충분히 켜내야 비로소 치유가 시작됩니다.
     내가 그때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은 멈추세요. 당신이 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했을 때 요양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돌보지 못하고, 마지막 얼굴을 본 후 돌아가신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마지막 순간 자신을 보러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셨을 겁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것을 하거나, 사진을 보며 대화하듯이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당신과 할아버지의 소중했던 추억들을 되새기며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분명히 당신이 슬픔을 딛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실 겁니다. 부디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마시고, 마음의 상처가 잘 아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보듬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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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읽으면서 제 마음도 같이 먹먹해졌어요. 🕊️
    그만큼 할아버지께 진심으로 애정을 쏟으셨고, 누구보다 가까이 느끼셨다는 게 글 속에서 선명히 드러납니다.
    
    사랑하는 분을 떠나보내고 나면,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뭔가 더 했더라면” 하는 죄책감과 후회를 크게 느껴요. 하지만 사실 그건 사랑이 깊었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할아버지의 죽음이 병원 실수나 건강 악화와 관련된 상황이었던 만큼, 그 책임이 당신에게 있다는 생각은 마음이 만들어낸 착시일 수 있어요.
    
    몇 가지 기억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내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애도의 과정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셨고, 오히려 손주로서 드물게 애정과 시간을 많이 드린 분이기도 해요.
    
    할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한다는 말”, “손주의 진심”을 이미 충분히 받으셨을 거예요. 만나러 와줬다는 사실 자체가 큰 위로였을 가능성이 커요. 떠나시기 직전에라도 얼굴을 뵙게 된 건, 오히려 남겨진 분에게 주어진 큰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울고 싶은 만큼 우는 건 죄가 아니에요. 장례식에서 꾹 참고 숨어 울었던 게 마음에 남는다면, 지금이라도 사진을 보며, 편지를 쓰며, 목놓아 울어도 괜찮아요. 그건 할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분을 사랑한 증거이자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슬픔의 크기가 줄어든다기보다, 내 안에서 슬픔을 품을 주머니가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무너지는 순간들이 점점 더 잦아드는 거지,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 방법을 찾고 싶으시다면,
    
    할아버지께 못다 한 말을 편지로 써보기
    
    함께한 사진이나 기억을 모아 추모 앨범 만들기
    
    힘들 땐 주변 신뢰할 수 있는 이에게 내 감정을 나누기
    이런 작은 실천이 슬픔을 안전하게 흘려보내는 데 도움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