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겨울, 계획형 인간 ESTJ인 나는 완벽하게 준비된 베트남 맛집 탐방 여행을 떠났다. 엑셀 시트에 촘촘히 정리된 동선, 식당 정보, 예상 소요 시간까지. 모든 것이 통제 범위 안에 있었다. 호치민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첫 번째 맛집인 쌀국수 전문점으로 향했다.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분위기, 테이블마다 놓인 신선한 채소와 향긋한 국물 냄새. 계획대로 착석하고, M 사이즈 퍼 보를 주문했다.
드디어 나온 쌀국수. 깊고 진한 육수, 부드러운 면발, 풍성한 고기 고명. 한 입 맛보는 순간, 뇌에서 짜릿한 도파민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진짜 쌀국수구나!’ 완벽한 맛이었다. 다음 맛집은 반쎄오 가게. 뜨겁게 구워진 바삭한 반죽에 신선한 채소와 새우, 숙주를 싸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으니, 전에 먹어봤던 반쎄오와는 차원이 달랐다. 계획된 동선대로 움직이며, 분짜, 껌승, 짜조 등 다양한 베트남 현지 음식을 맛볼 때마다 새로운 도파민이 분출됐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길거리 음식 투어였다. 위생 상태가 조금 염려되긴 했지만,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음식을 맛보는 경험은 예상외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즉석에서 구워주는 꼬치, 달콤한 베트남식 커피, 이름 모를 열대 과일까지. 계획에 없던 음식들을 맛보는 의외성에서 오는 즐거움은 컸다.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하고 계획한 맛집들은 물론 훌륭했지만, 현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숨겨진 맛집들의 예상치 못한 맛은 ESTJ인 나에게 잊지 못할 도파민 폭발 경험을 선사했다. 완벽한 계획과 통제 속에서 맛보는 최고의 음식, 그리고 예상 밖의 즐거움까지. 베트남 맛집 탐방은 ESTJ인 나의 효율적인 계획성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동시에 만족시킨 최고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