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은 위로보다 존재 자체만으로 커다란 위안과 힘을 얻고 오셨네요 장보고님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은 어머니를 닮으셨던 거네요. 경험담 얘기해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었어요
우울증
-오랫동안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의욕저하, 흥미상실, 무기력, 수면/식욕 변화
-뇌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등)호르몬 변화, 환경적 스트레스(이별/경제적어려움/외로움)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
-반복되는 좌절과 사회적 고립, 신체질환, 약물부작용, 지지기반 결핍등 주요 원인임
ENTJ 인 나는 살면서 우울하다는 기분을 딱히 느껴보지 못했다
10대시절 탐닉했던 소설속에 빠져 염세적이긴 했지만
학교다니면서 알바하고 연애하느라 인생은 늘 바빴고,
입사후 2년만에 결혼, 출산이 줄줄이...
그리고 28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여유가 없었고,
감정적인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딱히 느껴본적이 없다..
오랜시간 일을 하면서의 스트레스는 일로 풀었고,
자녀문제나 가정사는 열외로 그닥 마음에 두진 않았다..
그런 내게 찾아온 우울증은 삶을 포기할 정도의 충격이였고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조차 알수가 없었다
감정표현이 서툰 ENTJ에겐 일보다도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1.퇴사후 새롭게 시작하려던 일들의 좌절...
예전처럼 의욕 넘치게 해도, 이미 나이와 경험에서 새로운 도전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고
2.치매를 앓고 있는지 몰랐던 시모의 의심병은 '나'라는 인간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일에 대한 내자신 대한 자괴감은 점점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나의 모습에 남편은 친정으로 나를 요양아닌 요양을 보냈고
그리곤 한달간의 엄마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사실 결혼후 친정에서 잠을 자본적인 사실 거의없다... 홀시어머니와 효자아들 덕에...ㅜ
처음 며칠은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르게 긴 잠을 잤다...
엄마는 새벽이면 청소하고,
샤워를 마치면 아침 준비를 하고
'밥먹으라는 잔소리로 나를 깨웠다.
그렇게 3일이 지난뒤
엄마대신 청소를 하고
아침 준비를 해서 같이 먹고
그리곤 같이 산책을 나갔다...
엄마혼자 가지 못하는 탄천길로 1시간 넘게 산책을 하고,
엄마는 차한잔 나는 커피한잔...
점심은 엄마 좋아하는 칼국수로 먹고, 동네 옷집서 엄마옷도 사고, 좋아라 하는 떡도 사고...
그렇게 소소한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나는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휠체어 생활을 하시지만 엄마는 늘 씩씩하게 동네산책을 혼자 다니신다.
장도 보고, 음식도 하고, 청소도 하고...
70이 넘은나이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주택청약도 성공해서 자신의 집도 갖고 있다.
동네 사람들과 어줍잖은 수다보단 뉴스를 좋아하고,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 보단 본인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던 분...
그런 강인함과 사랑이 나를 일으켜 세운게 아닐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노인사는 집의 기름기를 닦아내요
묵은 화장실 때를 벗겨내고
계절지난 이불이며 커텐은 걷어내 맡기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한달이 흘렀다
나의 우울함은 그렇게 엄마와의 동거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엄마밥의 힘이였을까?
아니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엄마의 강인함 모습에서일까...
예전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나로 서서히 돌아오겠오고 있었다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좀더 편안한 상태가 되었고,
혼자 고분분투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돌아왔다
시모의 태도는 표면적으론 변했지만 근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겐 좀더 담담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누군가에게도 말할 수 있게 변했다..
거창하게 우울증에 좋다는 그 무엇을 하진 않았지만
가족의 사려깊은 배려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알게됐다..
결국 마음의 병은 마음으로 치유된다는걸!
모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