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결혼, 그리고 나의 변화

5월 마지막 주, 제 딸아이가 결혼을 했답니다.

그 후 저는 왠지 모를 홀가분함을 기대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가슴 한켠이 허전하기만 하더군요.

딸이 떠난 빈방을 바라보며 괜스레 웃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눈물이 뚝 떨어지기도 했어요.

그러다 문을 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해도, 어느새 또 딸의 방 앞에 서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 다시 문을 닫았지요.

더 마음이 무거웠던 건, 딸의 껌딱지 같던 강아지가 딸 방 문 앞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이러다간 저도, 강아지도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딸의 물건들을 정리하기로 결심했어요.

1주일간 시간을 들여 딸의 방은 손자들의 놀이방으로, 원래 놀이방이었던 방은 제 '집무실'로 바뀌었답니다.

딸의 결혼, 그리고 나의 변화

제가 대통령은 아니지만 우리 집에선 전 대통령이고, 강아지들의 집사이며, 집을 치우는 청소부니까요.

뭐든 다 하는 사람인 만큼, 저를 위해 조금은 높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멋지게 만들어진 저만의 공간 제 집무실이 생겼답니다.

딸의 결혼, 그리고 나의 변화

내가 편안하면 되는 것, 그게 지금의 저에겐 중요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신혼여행 가기 전 사위 생일을 맞아 가족식사를 함께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딸이 제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예요.

훌쩍이는 모습을 보니, 제 가슴엔 마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어요.

결혼한 지 고작 4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딸이 벌써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저는 혼란스러웠고, 괜히 사위를 원망하게 되었죠.

그래서 둘이 충분히 대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웃으며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어요.

딸은 그저 엄마를 보니 울컥했다고, 엄마 품 안에 있던 때가 그리웠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제 마음도 함께 울컥했어요. 정말 당연하고, 또 따뜻한 말이었어요.

이제 신혼여행을 마치고 직장 복귀를 준비 중인 딸에게 저는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어 보냈답니다.

그게 엄마인 제 방식이고, 제가 살아가는 모습이겠죠.

이게 우리 인생 아닐까요?

이 나이가 되도록 몰랐어요.

내 가슴이 피나도록 아플 수 있다는 걸.

그렇게 아프면서도 묵묵히 살아내는 게 부모이고, 또 인생이더라고요.

혹시 저와 비슷한 나이대에 계신 분이라면, 이 마음을 조금은 공감하실 거라 믿어요.

저는 이제야 알았고, 이제야 이렇게 조용히... 아프다고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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