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고 움츠러드는 적응장애...

저는 어딘가에 적응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뭔가 달라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약속 시간이나 일정 등이 바뀌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그 약속 시간이나 일정에 맞춰져 있었던 저의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들이 바뀌는 것, 그 변화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참 힘이 듭니다. 

 

어떤 모임이나 일이나 배움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어쩌면 그렇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웃으며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밝고 사교성 있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새로운 전자 기기나 물건 같은 것에 적응하는 것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사용하던 기기나 물건을 계속 사용하고 새로운 기기나 물건으로 바꾸는 것을 꺼립니다.

 

그 장소나 모임이나 사람들 또는 그 물건에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 것이며 얼마나 힘들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마음이 떨리고 두렵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아예 뭔가를 시작도 하기 전에 '안 될 거야. 힘들 거야. 못할 거야.' 하면서 대부분 포기해 버립니다.
저에게 있어서 시작한다는 것, 적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얼마전에 정말 큰 용기를 냈습니다. 
뭘 좀 배우러 간 것인데요.  
사람들과 함께 뭘 한다는 것이, 사람들 속에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얼른 배우고 빨리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옆자리에 한 수강생이 앉는 거예요. 예약된 자리가 아니니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앉지 못하게 할 권리는 저에게 없었지요.
저는 잔뜩 긴장한 채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수강생이 수업 도중에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수업의 흐름을 놓친 거예요.
그러자 아무렇지도 않게 저한테 좀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던 저는 최대한 제가 좀 전에 배운 범위 안에서 전달하려고 했는데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버벅거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거예요. 아니, 도움은커녕 그다음 수업 흐름까지 놓치게 된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그 수강생은 겉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실망스러운 기색-조금은 화가 난 듯한 표정을 내비치더니 됐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순간, 저의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그 수강생의 말투나 표정이 일반적인 수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경우에 말할 수 있는 말투와 평소에도 짓는 표정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분위기나 진실이 어떠했는지와 상관없이 저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역시나 제가 가장 걱정스러워하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뭔가 또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더욱더 움츠러들고 주눅이 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그 수업을 끝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아무 일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깊어집니다.
이 세상을, 이 사회를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적응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새로운 것들에, 또 다른 사람들에 녹아들지 못하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상황과 눈부신 변화 앞에서 모든 행동들이 조심스러워지고 머릿속이 늘 하얘지는 제 자신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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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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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거예요. 아니, 도움은커녕 그다음 수업 흐름까지 놓치게 된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그러자 그 수강생은 겉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실망스러운 기색-조금은 화가 난 듯한 표정을 내비치더니 됐다고 그러더라고요.라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글쓴 님의 주관적인 판단이시잖아요
    말씀처럼 일반적인 수준이었을지도 모르죠. 그 사람의 원래 말투일수도 있고요
    그 사람은 되려 그럼에도 알려주었고 자신의 질문으로 인해 다음 수업에까지 지장이 있을정도였으니 미안한 마음때문에 괜찮다는 됐어라는 의미 였을 수 있어요 
    우선 사람에 대한 신뢰를 경험하시는게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으신거라면 그 트라우마 상황을 반복해서 학습하여 내성을 기르셔야 하고요
    트라우마가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은 적대적이지 않다 생각보다 나에대해 관심이 없다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기본 값으로 세팅 하는 연습을 자꾸 하셔야 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