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레를 엄청 무서워한다.
처음부터 무서워했던 건 아니다
기억나는 시점이.. 대략 초등학교 2학년 때 2살 터울 친언니로부터이다.
언니가 벌레를 무척 무서워했는데 그중에 나방을 제일 무서워했다.
나는 그 점이 너무 재밌어서 맨날 나방이 나타나면 손으로 잡아 놀래주고 했는데
언니가 어느 날 엄청 화내면서
"네가 벌레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나중에 한번 벌레를 아주 가까이서 유심히 지켜봐 봐 그럼 너도 벌레가 무서워질 거야!!"라는 저주 어린 말을 했었다
나는 호기심에 나방을 가까이에서 보았는데 그때 그 벌레의 징그러운 눈과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더듬이를 보고야 말았다!!! 그때부터 우리 집에는 벌레만 나타나면 언니랑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솔직히 이때까지는 찐공포 보다는 한창 언니 따라 할 나이에 언니가 벌레를 무서워하고 벌레도 마침 징그럽고 하니깐 무서워하는 수준이었는데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공포증을 이기게 해주겠다고 방에 나타난 나방과 우리를 가둬버렸다. (90년대생이라 이때는 아동폭력 같은 느낌이 아닌 거 아시죠?😅 조금은 거칠게 자란 90년대생^^;)
잠도 못 자고 밤새 목이 쉬도록 울어대고 나방은 자꾸 얼굴에 붙고 ㅠㅠ
그런 식으로 아버지는 벌레가 나타나면 우리를 벌레와 한방에 두었다 ㅠㅠ
이 사건으로 인해 나는 벌레 공포증이 확정되었다 정말... 심했을 때는 성인 돼서도 초파리 하나에 소리 지르고 놀라고 면접 보러 가서 벌레라도 발견하면 식은땀으로 도배되어 망쳐버린 적 도 있었다.
길 가다가 벌레 때문에 나도 모르게 소리 질러 지나가는 사람 놀래키는 건 그냥 일상일 정도😥...
하지만 이렇게 살다가 내가 먼 미래에 나이를 많이 먹어서도 이럴까 봐 너무 걱정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나름 가족의 도움으로 벌레 공포증을 조금은 이겨냈는데..!
그 방법은 바로 작은 벌레부터 죽여보기!
시작은 초파리였다. 초파리를 발견하면 숨을 '흡!!!'참고 비명을 안 지르는 연습부터 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은 물건들로(손절대안됨 ㅎㅎ..) 휘휘 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두 번째 단계를 초파리를 죽여보는 것이다 휴지를 얼마나 쓰든 일단 내 손으로 죽여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휴지를 너무 많이 뽑아서 휴지 낭비가 심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이해해 줘서 그 부분이 참 고맙다
점점 그 휴지도 10겹에서 5겹.. 3겹... 2겹!
초파리에서 모기까지 휴지로 죽일 수 있게 되었다.
다음은 나방이었는데 나방은 휴지는 도저히 안되겠기에 장비를 마련했다. 바로 파리채!!(전기 파리채는 너무 짧아서 무서워요)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파리채로 5분의 스윙 연습과 5분의 마음다짐 후 나방은 죽이고 뒤처리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도 큰 벌레 나와도 비명부터 지르지 않고 마음을 꽉 잡고 처리할 수 있는 사람한테 부탁할 수 있게 됐다.
남들은 웃길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다.
점점 더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곧 여름이다 마음 준비 단단히 하자^^
작성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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