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성장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제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게

저희 조카를 키우는 일인데요.

사실 육아에 있어서 삼시세끼 챙겨주고

재우고 입히고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저희 조카.

사정상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ADHD약을 복용하고 있고
심리상담을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약을 복용하면 상당히 온순하고 조용한 아이가 됩니다.
그래서 다들 이런 모습만 보면
정말 착하고 얌전한 아이인 줄 알아요.
근데 복용한 약의 약발이 떨어지면..
(아침에 복용하면 저녁약 먹기 전까지
오후 시간이 되면 약발이 떨어짐)
주의가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착한 아이로 인정받지만,
약발이 떨어지는 오후에 학원에 가면

집중을 못하고 말 안듣는 아이로 인식이 되고 있어요.

사실 이런 건 크게 걱정되지 않아요.
훈련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지금 걱정이 되는 부분은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입니다.
바로 분노조절장애가 되겠죠.

조카 말고 제 아들이 별 거 아닌 일에 버럭버럭거리고
작은 일에도 크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얘가 분노조절장애인가? 생각했는데요.
조카의 모습을 보고나니

저희 아들은 분노의 ㅂ도 안된다는 걸 알았어요.

 

약 복용 후 얌전하고 조용한 모습 속에서
아마도 마음 속에 무언가를 쌓아놓는 것 같아요.
그러다 맘에 안들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한번에 아주 크게 터트립니다.

 

분노조절장애의 증상을 보니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일의 중한 정도에 맞지 않은 공격적 말이나 행동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특징적으로 한다고 해요.
특히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줄 알고

반복적으로 분노한다는데요.

 

그런 일들이 몇번 있었지만,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 이렇습니다.

조카를 대상으로 패드학습을 무료체험으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아들도 추가로 같이 체험하는 걸로 이야기했고
결국 주사용자는 조카지만, 아들도 같이 이용하는 거죠.
그런데 조카가 30분 정도 사용을 했고
아들이 조카가 하던 걸 조금 더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자 조카가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아들은 원래 같이 사용하는 기기인데 왜 안된다고 하느냐고 했지요.
그 상황에서 갑자기 조카가 눈빛이 변하더니
얼굴까지 벌개지면서 하지 말라고! 내껀데 왜 하냐고! 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그렇게까지 화내면서 말할 일은 아니라고 하자
무섭게 변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면서 저에게도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제껀데 왜 해요!!! 하구요.
아들도 화가 나서 조카를 노려보았고,
조카는 형인 아들을 보며 "뭘 째려봐?" 이러더라구요.

그때 저 좀 많이 놀랐어요.
"뭘 째려봐?" 라니요.

이 말 들었을 때의 느낌이 어땠냐면

한창 반항하는 중2의 모습 같았어요.

둘이 세살 차이 밖에 안나지만,
5학년 올라가는 저희 아들은 키도 전교에서 제일 크고
6학년 또는 중학생 같다는 말도 많이 듣거든요.
반면 저희 조카는 유치원생이냐는 이야기를 들을만큼
전교에서 제일 작고 마르고 왜소해요.
그렇게 덩치 차이가 나고 평소에 형을 무서워하면서도
뭔가 제대로 꽂히거나 빡치는 일이 생기면
너무 무섭게 돌변하더라구요.

그런 형아를 노려보며 "뭘 째려봐?" 라고 했다는 자체가

저는 무서웠어요.
아이가 무서웠다기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둘 사이가 악화될까 두렵고
사춘기가 되었을 때의 분노 표현이 얼마나 심할지
조절이 얼마나 안될지가 겁이 나더라구요.

 

조카를 따로 방에 데리고 가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형에게 그리고 고모에게까지

그렇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줘야 할 지 걱정입니다.

 

지금 심리 상담도 받고 있긴 하지만,
과연 제가 이 아이의 인생에 끼어들어서
조카를 제대로 길러낼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