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일요일 저녁 9시 뉴스를 보면서 쉬고 있었어요..
갑자기 앵커의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찌-익' 하는 전파소리가 나더군요..
처음엔 TV가 고장인줄 알고 이리 저리 만져봤죠..
그때 남편이 들어와서 정상적으로 작동중이라고 하더라구요..
그제야 제 귀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전 반차를 쓰고 동네 병원에 갔더니
종합병원으로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 보라고 하더군요..
결론은 "메니에르"
저음이 들리지 않고 이명이 심해지고,
어지럼움과 편두통(매일 멍이 든것처럼 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잦은 구토...
무심코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서서히 몸이 망가지고 있었더라구요
그즈음에
회사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3세 경영이 본격화 되면서 글로벌이 이슈였죠,
해외 진출을 목표로 전문경영인과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인재영입이 전쟁처럼 진행됐어요..
어느날부터 외국인기업들에서 임원진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해외유학파들도 채용되기 시작했구요
나름 공채로 들어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고,
내인생과 내삶을 모두 갈아 넣어서 살아왔는데 말이죠..
기존의 멤버들은 무능하고,
좀비처럼 월급을 받는 사람들처럼 취급이 된거예요..
품질과 브랜드의 아이덴티 보다는
사장에게 얼마나 이익을 내고 있는지 실적으로 어필하고 ,
얼마나 해외 생산과 해외 매장을 몇개 오픈했는지만 중요해지더라구요
점점 브랜드들은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했고,
단가를 줄이기 위해 무리한 해외생산은
매출이 절반으로 곤두박질하기 시작했어요..
외부채용된 인원들은
실적이 안되면 그만두고 떠나면 됐고,
해외 유학파들은 기존 직원들과 생각하는 방식도
일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서 직원간 협조나 관계도 잘 이루워지지 않았죠...
진퇴양난
그즈음 가족의 희생위에 앞으로 나갔던 제인생은 송두리째 뿌리 뽑히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앞으로 나갈수도,
물러서기엔 자존심과 제 경력이 아까웠죠...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거의 가본적이 없어요,
중고등학교는 더했죠,
큰아이는 삥을 뜯다 경찰서도 가기도 했고,
주먹다짐에 응급실행도 했었거든요,
그리고 남편의 해외 파견에도 저는 같이 가지 않았어요
그런 나의 인생이 파괴되는 순간 결국은 몸에 이상이 오더라구요
며칠뒤 길에서 짧은 기절을 경험하고
미련없이 회사를 그만뒀어요, 더이상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없겠더라구요
그리고 의욕도 없이 매일 시체처럼 출퇴근하는 제자신이 너무 불쌍했어요..
물론 아쉬움도 없어요,
좀더 일찍 그만두고 나와 가족을 돌봤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는 들더라구요..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번아웃은
완벽주의와 성취욕이 강한 ENTJ 경향의 사람들이 쉽게 경험한다고 해요..
퇴사를 하고
3년이 지나고 나서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도 힘든날은 귀에서 전자파 소리가 나요...삐....
그래도 괜찮아요... 죽을거 같진 않거든요..
퇴사 후 나의 극복기...
1.감량 :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18키로가 자연스럽게 빠지더라구요..
2.산책 : 하루 1시간에서 2시간은 야외에서 무조건 걸어요
비가오나 눈이오나 햇볕이 강해도 약해도 밖에 나가서 걷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해요
3.취미 : 고양이가 집에오면서 본격적인 반려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땄어요..
막연히 사랑하는것보다 관리를 잘해줄수 있더라구요
4.자세 : 삶을 바라보는 눈이 바꿨어요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요..나의 태도와 내가 추구하는 삶이 중요해졌거든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매일 아침 산책을 하고,
고양이와 놀이도 하고,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음식을 하죠..
그때의 열정과 정열이 없어진게 아니라 삶에 어떤게 중요한지 깨닫게 된거같아요..!!!
작성자 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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