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고민상담소] 번아웃 증후군인줄 몰랐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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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 않은데,

사실 내가 정신이 건강한지 판단을 정확하게 할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선천적으로 예민한사람도 있고, 둔한 사람도 있듯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많이 바뀌기도하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따라 사람은 유연하게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저의 경우는 지금은 아니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은 2-3년전 이야기에요.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가끔씩 아직도 불쑥 불쑥 올라오는 그런 불쾌한 느낌은 여전히 저를 괴롭히고 있답니다.

 

선천적으로 워낙 예민한 기질에 통제 성향을 타고 태어났어요. 그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가정도 아니었고 환경은 항상 사건사고로 가득했죠, 부모와의 애착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구요.

학창시절에는 숨기고 남들처럼 행동하려고 했지만 이런 과정에서 내면에 쌓여가는 불안, 초조함은

계속해서 제 자신을 가두고 채찍질 하게 만들었어요. 

 

남들이 하나를 하면 저는 두개를 완성하고 싶어했고, 항상 대회를 나가면 일등을 차지하고 싶어했어요.

과정보다는 항상 결과에 치중했고 아무리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해도 더 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항상 밀려왔었죠.

 

초등학교를 다닐때는 아직도 기억이 나는 일이 있어요. 제 또래 사촌들은 항상 쉬는시간 종소리가 울리면

밖에 나가 친구들과 뛰어노느라 다음 수업 종도 못듣고 뛰어다니느라 바빴는데, 저는 항상 제 자리에 앉아

그 전 수업시간 담임선생님이 시킨 숙제들을 바로바로 하는 학생이었어요.

어떻게든지 주어진 일은 당장 해치우고 칭찬받지 않으면 불안했고, 항상 완벽하게 제일 먼저 끝내고 싶었죠.

 

어렸을때부터 그런 성향은 두드러졌고, 완벽함을 추구하지 못하게 되면 아예 일을 놓아버리기도 했어요.

내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채로 그대로 성인이 되었고, 27살이 되던 해 한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신입은 모르고, 묻고, 틀리고, 혼나고 그렇게 긴 시간과 노력을 반복해서 쏟아가며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데

저는 제 자신을 너무 부족하게 느꼈고, 계속해서 잠을 줄여 나갔어요.

 

보통의 번아웃은 내가 하기 싫은 상황에서 일을 지속하게 되는 압력을 받는 상황이 많지만 저의 경우는

스스로를 계속 궁지로 몰아넣고, 점점 더 휴식 시간을 줄여가는 경우였어요.

프로젝트가 많으면 도움을 청하거나 사람을 더 구해달라고 하지 않고, 아침에 더 일찍 출근하고 퇴근은 더 늦게 했어요. 점심을 굶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게 저는 인정받는 커리어를 위해 3년을 쏟아부었고 머지 않아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어요.

한포진이 생겼고, 제 발에는 간지러움과 수포가 가득했죠. 병원에서는 당연히 면역력이상이니 쉬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전 그 말을 듣고도 멈추지 않았어요, 일이 끝나면 운동, 다른 일을 또 하곤 했고 잠은 적게 자도 충분하다며 계속해서 제 몸과 마음을 혹사했어요.

 

왜 이렇게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할까요, 왜 이렇게 예상하지 않은 상황이 닥쳐오면 제 자신이 너무

무능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는 나날을 뒤로 한 채, 어느 날 저는 극심한 우울감, 권태감에 빠지는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일이 재밌지 않았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매일 아침이 너무 괴로웠어요. 침대에서 눈을 뜨고도

출근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눈만 감고 생각에 생각을 또 하기 일쑤였죠. 회사에서도 오전에는 멍한 상태로 근무하니 업무실수에 놓치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더 이상 저를 재촉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았죠. 주말에 밀린 일을 했던 제 습관은 다 사라지고 하루종일 침대에서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잠만 자는 날도 늘어났어요. 회피하는 모습, 감정의 변화가 급격하게 늘어났죠.

 

무기력, 우울감, 권태감, 두통, 수면장애 등 들어보기만 했던 증상들이 제게도 한꺼번에 닥쳐 왔어요.

저는 그간의 노력이 너무나 무의미하다고 느꼈고, 왜 내가 그렇게까지 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정신과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어요.

 

지금은 치료를 해서 안정기에 들어섰지만, 지금도 휴식을 마음 편하게 하지 못하고 여전히 불안해하는 건

남아 있어요. 그런 마음이 들면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필요한 약을 먹어가면서 증상을 조절합니다.

 

마음이 상하고 약해지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지만, 치료하는데는 수 년이 걸리고 건강한 마음가짐은 항상

수련을 하고 연습해야 하더라구요. 설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나는 강한 사람이야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저는 이내 받아들이고 이제는 스스로를 잘 조절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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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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