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예고없이 찾아온 나의 번아웃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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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예고없이 찾아온 나의 번아웃 증후군.. 
오랫동안 겪고 있는데 너무 힘듭니다.
 
저는 단순한 사람이었고 기분파가 심한 사람입니다.
조그마한 감동에도 웃고 작은 자극에도 기쁨을 느꼈어요.
기분이 안좋은 일이 있더라도 금방 훌훌 털어내는 성격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세어보진 않았지만 번아웃이 온지 3년정도가 지난 것 같아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저는 현재까지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사람간에 대화하는걸 워낙 좋아했고, 어울리는걸 좋아했고,
공감은 못하더라도 해결해주는걸 좋아했던 저는
서비스직을 선택하면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근데 아니더라고요.
공감능력이 없는 저에겐 서비스는 참 어려운 일이었고,
억지 미소를 지어야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온몸으로 싸늘하게 다가왔습니다.
고객분들의 심리를 잘못 건들이게 되면 저는 욕을 먹어야하고, 
윗 사람한테도 싫은 소리를 필터링 없이 다 들어내야만 했어요.
싫은 소리 듣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저인데 
몇년동안 불특정 다수에게 싫은 소리를 듣다보니 
이게 적응이 된건지.. 감정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건지 모를정도로 
조울증도 생겨났고 점점 기계처럼 변해가고 있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직장에서 안좋은 말을 듣거나 실수를 했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는 느낌과 동시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 
 
 
난 로봇이니까,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기만 하면 돼.
너는 감정이 없잖아. 그러니까 화가 날 필요도 없는거야.
울면 뭐가 달라져? 그냥 웃어 지금처럼 쭉 웃으면 돼.
 
 
화장실 가서 거울 보며 혼자 말했어요. 
심호흡을 깊게 했어요.
스스로를 달래줬습니다. 누구에게 이런 고민을 말할 사람이 없거든요.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말하고싶지는 않았어요.
저를 걱정하는 것도 싫고 약한 모습을 보이고싶지 않았습니다.
 
사람한테 치이면 이렇게 힘든건지 사회생활 하면서 처음 느껴봤어요.
제가 하는 일은 서비스도 있고 고객분들께 이런저런 추천과 고객분들의 소리를 다 들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일 하는 중에 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으로 혼을 다해 일합니다.
그렇게 일하고 퇴근을 하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오늘도 무사히 퇴근까지 했구나.
별탈없는 하루가 지나갔구나.
 
너는 오늘도 참 잘 견뎌냈다고 혼자 걸어가며 생각합니다.
 
퇴근하고 집에가면 아무 의욕도 들지 않더라고요.
일할 때 몸이 경직된 상태로 일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혼을 다 빼가며 일해서 그런건지..
아무랑도 일상 이야기 하고싶지않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어요.
일할 때 하도 감정 노동을 했다보니 
집에서만큼은 가면을 벗고 편안하게 있고 싶어요.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귀닫고 입막고 가만히 있고싶어요.
 
집청소도 하기싫고 솔직히 음식 차려먹는 것도 하고싶지 않아요.
혼자 자는 날은 더 심합니다.
아무것도 안하거든요. 밥도 안먹고 머리를 빗지도 않고 그냥 잠수탑니다.
친구들 연락 지인들 연락 하나도 받지 않아요.
무음으로 돌려놓고 누워있습니다.
 
출근 전날은 한없이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더라고요.
내일 또 어떤 일이 있을까 잠도 오지 않아요.
미리 걱정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변하더라고요.
 
출근 길에도 걸어가는데 내가 지금 제대로 걷고 있는게 맞는지
어지럽기도 하고 땅이 푹 꺼지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강박증이 심한 저인데... 요새 안하던 실수도 하고 제가 변해가고 있다는게 느껴져요.
 
요새들어 계속 안좋은 생각이 들어요.
여기 그냥 그만둘 각오하고 내 감정 표현해야 하는건가.
그냥 그만두고 쉬다 와야하나.
이 지옥은 언제끝이 날까 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되는거지?
 
3년을 이렇게 보내니 우울증과 동시에 피폐해져가더라고요.
 
이번에 친구들을 오랜만에 봤는데
너 애가 왜이렇게 어두워졌냐고 하더라고요.
너 왜이렇게 재미없어졌냐고..무슨 안좋은 일 있냐고 그러네요.
 
죽을만큼 일해도 보람도 없고 스트레스만 쌓여가고 
목적의식이 뚜렷했던 저였는데 다 어디로 간걸까요?
 
제 자신이 점점 사라져가고있어요. 
검게 타버리고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일을 그만두기엔 생계도 걱정이 되고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어린 생각만 할건지 스스로 한심하기도 합니다.
 
그만두게되면 사회로부터 도망치는 것 같아 무섭기만 하네요.
도망치는게 답이 아닌걸 아는데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네요.
직종을 바꿔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 의욕이 전혀 없는 상태라 뭘 해도 잘해낼 자신이 없네요...
점점 자존감도 떨어지고 우울하기만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오랜 번아웃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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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다우니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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