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 경험을 얘기하기에 앞서서,
공황장애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공황장애란 실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이나 불안에 의해 반응하는 정신과적 질환으로,
예측이 어렵고 반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예후로는 심장이 빠르게 혹은 느리게 뛴다거나
식은땀, 호흡곤란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보통 공황장애는 우울증하고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제 경우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보통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강한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서 신체적 증상으로 결부되어 나타납니다.
저의 경우는 전 직장을 다니다가 경험했습니다.
첫 직장으로 들어갔던 곳이 가족, 지인으로 이루어진 중소 기업이었고
흔히들 재미삼아 말하는 다니면 안되는 곳인 그런 기업이었죠. 다닐때는 몰랐습니다.
사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그만두어야 할 곳인데,
사람이라는게 워낙 주관적이어서 그런지 그 안에 속해있게되면 깨닫기 힘들고
원인이나 현실을 직시하기도 힘들어지더라구요.
터무니 없는 성희롱과 나이 많은 남자 직원들의 적절치 못한 언행에도 저는
웃으면서 받아치곤 했었죠. 어련히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요.
저도 느끼지 못했던 스트레스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점점 제 성격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자였던 저에게 전혀 관련없는 회계, 무역 업무를 준다던가
영업하고 함께 바이어를 만나러 가라던가 하는 제 업무와는 관련도 없고 앞으로의 경력에도
도움하나 되지 않을 일들을 주면서 다 너에게 도움이 되는거라는 말을 믿어야 했습니다.
20대 중반을 막 지나고 있는 어린 저에게, 40대-50대 인생을 살고 있는 어른들이 했던
가스라이팅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너는 다른곳에서 직장생활은 못할거라는 둥 말이죠.
그렇게 4년이 지나가던 어느 날, 퇴근길 버스에서 호흡이 가빠지는 걸 느꼈습니다.
심장이 답답하다고 느낀 건 6개월도 넘었었던 시점에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고 숨을 의식적으로
쉬어야 겨우 쉬어지는 것 같았죠. 다행히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대로 앞자리에 머리를 쾅 하고 부딪혔고,
다행히 근처에 계시던 승객분이 괜찮냐며 저를 보살펴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계시던 분들이 물도 주시고 병원에 데려다주려는 호의도 베풀어주셔서
저는 무사히 집에 잘 돌아올 수 있었고, 그날을 기점으로 저는 인생에 대한 생각이 아주 많이 바뀌었어요.
- 나이가 많다고 항상 옳지 않다는 것
- 내 자신의 심신은 내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
- 세상엔 생각보다 나를 아무 댓가 없이 도와주려는 선인들이 많다는 것
- 내 성격이 나빠지는 이유는 근묵자흑 일 수도 있다는 것
- 포기하는 것도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
30대에 접어든 지금, 그때 공황장애로 고생했던 저를 돌아보며 지금은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이직도 하고, 정신과 치료도 1년 넘게 받고 있습니다. 유지기와 안정기에 접어들어 전문의 선생님도
더 이상 약을 더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고 계시구요.
여전히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순간은 삶의 순간순간마다 존재하고 저를 시험하지만,
이제는 상황을 바라보고 인지하는 능력을 훈련해서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정신 건강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나를 돌보고, 유지하고, 인지하며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좌절하시지 말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질거라는 믿음을 가지시기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