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친한 친구들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 익명이라 마음놓고 이야기해봐요.
결혼하기 전에 신랑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우울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 시어머니는 겉으로 보면 굉장히 활동적이고 활발하세요.
성격도 화끈하시고 목소리도 커서 더 그렇게 느껴져요.
제가 결혼을 5월달에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항상 에너지가 많으신 어머님이였기에 저희 반찬도 해주시고 통화도 자주 했었죠. 가을정도 되었을 때쯤 신랑이 "엄마가 우울증이 있는데 봄, 가을에 증상이 심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제가 볼 때마다 활기 넘치는 모습만 봐왔던지라 크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정말 가을 정도쯤 되니, 연락을 자주 하시고 항상 밝게 전화를 받으시던 시어머니의 전화가 뜸~하더라구요.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려도 전화도 받지 않고, 시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면 말씀이 워낙 없으신 아버님이였기에,,,그냥 "괜찮다, 엄마 잔다. 나중에 통화하자"라고만 말씀하시더라구요.
신랑과 제가 걱정할까봐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는데,,시어머니는 계절이 바뀌면 더 심하게 우울증을 느껴서 집안침대에만 드러누워계시고, 식사도 거의 하지 않으셔서 영양실조로 입원을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시어머니는 정신과에서 항상 우울증 약을 처방 받아 드세요. 그리고 우울증 사실을 숨기지 않고 항상 말씀을 하세요. 의사선생님이 주변 가족들과 사람들에게 알리고, 힘들 때나 증상이 나타날 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으라고 했대요.
시어머니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는 편이고, 시아버지는 반대로 말씀을 잘 하지 않으세요. 어머님은 항상 그게 불만이였어요. 아버님의 답답한 성격, 화를 내도 혼자 화내고, 혼자 풀어야하고, 불만이나 공감을 원하는 부분에서 대답없는 아버님이 너무 답답하고 보기 싫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결혼한 동안에도 어머님이 아버님에게 화가 나서 화를 내면 아버님은 화내는 어머님에게 대꾸 한번 안하시고, 대답 한번 안하시고, 그냥 가만히 있는 모습만 많이 봤어요.
제 신랑이 큰 아들이고 엄마의 마음을 잘 보듬어 주어서 어머님은 제 신랑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예요. 무슨일이 생길 때마다 신랑에게 전화하고, 딸이 없으신 어머님은 여자인 제가 집안에 들어온 걸 너무 좋아하시고, 아버님과의 다툼이나 어떤 사건이 있으면 항상 저에게 전화했어요.
통화내용은 항상 아버님에 대한 불만, 시할머니에게 당한 시집살이, 친정엄마의 차별, 외로움....
아버님은 정말 표현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으세요. 표정도 항상 무표정, 어머님이 소리지르며 악을 써도 항상 무표정.....정말 아무런 표정, 말이 없으세요.
옛날 분이라 그런지 어머님이 자신의 시어머니께 시집살이를 많이 당하셨어요. 음식을 해가면 자기 아들돈 가지고 잘 퍼먹는다고 욕, 그래서 반찬을 안해가면 자기 굶겨죽이려고 한다고 욕...그리고 어머님이 함께 밥 먹는데 반찬을 집으려고 하면 그릇을 치우셨대요. 그리고 저희 어머님과 아버님이 함께 있는 걸 꼴보기 싫어해서 자신의 집에 오시면 항상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아버님을 부르셨다고 하더라구요. 두얼굴의 시할머니는 아버님 계실 때는 티를 내지 않고 어머님과 둘이 있을 때는 엄청 시집살이를 시켰대요. 자신의 시어머니에 대해 있었던 일(반찬 던지시고, 자신에게 욕하고)불만을 아버님에게 이야기하면 아버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어머님이 그러실려고..."이 딱!!한마디만 하고 말씀을 안하시고 믿지 않는다고.....
그리고 저희 어머님은 장녀로 남동생만 2명 있는데, 친정어머니가 남아선호사상으로 딸인 자신에게 동생들과 다르게 엄청 차별, 학대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도 친정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겉으로는 활발해 보이는 어머님이지만 가슴속에는 아픔이 가득한 사람이예요.
우울증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변화할 수 있다? 저는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우울증이 심하지 않을 땐 어머님과 이야기하며 어머님의 힘든 이야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외롭다는 이야기, 아버님에 대한 분노, 불만 항상 이야기하면 동조하며 공감해주고, 위로해주었어요. 그러면 어머님도 "역시 엄마는 딸이 있어야해"하고 괜찮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다음날도 또 똑같은 이야기 반복!! 만날 때 마다 똑같은 이야기 반복!!
그래도 저는 어머님이 저에게 잘해주셔서 크게 힘든부분이나 불만은 없었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이런이야기를 할 때 아버님의 생각은 맨날 똑같은 이야기, 맨난 자신, 자신 엄마의 대한 불만, 분노로 성질을 내다 꼭 분노를 하고 싸움까지 번진다고 생각하셨어요.
시엄마는 불만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님의 아무런 반응이 없는 모습에 점점 화가 더해져 크게 싸움까지 갔고요.
항상 그 싸움을 말리는 저랑 신랑은 싸웠다하면 시댁에 가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전화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신랑이 결혼전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자신의 힘든 가족이야기를 하며 "너와 결혼은 하고 싶은데, 우리 가족이 너무 버거워 나도 힘이드는데 너가 힘이 들까봐, 짐이 될까봐 결혼도 고민을 하게 된다"면서...
솔직한 가정사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어머님은 밝아 보이지만 상처가 많으셔서 우울증이 있다고...어릴 적 부터 부모님은 매일 싸우셔서 자신은 자기집이 너무 힘들었다고,,,,
어머님은 매일 아프셨고, 항상 병원 입원을 자주 하셔서 자신은 할머니나 친척 손에 자주 맡겨졌고, 우울증이 심한 어머님은 스스로 목숨도 몇번 끊으려고 했고, 자신은 그걸 보고 자라왔다고.....
정말 놀랬었죠. 신랑 성격이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해서 친구들도 많았고 인싸성향이라 밝게만 자라온 줄 알았는데,,,,이런 우울한 가정사가 있을 줄 전혀 몰랐어요.
결혼초기에는 신랑이 이야기 한 부분보다 어머님이 밝으셔서 이제 많이 안정되었구나 생각을 했고요.
결혼하고 연차가 쌓이다보니 어머님의 우울증 증상이 심한게 보이더라구요. 처음에는 어머님이 우울증이 심할 때면 병원에 입원을 해서 막연하게 우울증이 정말 심하시구나 생각했는데,,,,
직접 어머님의 상태를 보니 "내가 알던 어머님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음의 상처가 있는 분이시고 시어머니가 아님 같은 여자로써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많이 들어 항상 어머님께 자주 전화를 드렸어요. 밝고 쾌활하다가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실 때 되면 말씀도 거의 없으시고, 자신은 괜찮다고만 하고 전화를 끊으시더라구요.
우울증 증상이 왔구나 싶어 가족여행을 잡았죠. 아이라도 보고 저희와 함께 있으면 조금 증상이 호전이 되지 않을 까싶어서...
보는 순간 알았어요. 눈동자가 풀려 잠에 취해 있는 모습,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 멍하니 창밖만 보고, 그 좋아하는 손자를 보는대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시더라구요.
제가 알던 어머님은 저희를 볼 때 마다, 자주 만나도 표현을 잘 해주시고, 손자라면 아주 꿈뻑하시거든요.
아버님도 옆에서 어머님 간호하느라 힘들고, 지치셨을 것 같고, 어머님도 바람이라도 씌워줘야 할 것 같아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어요. 차안에서 내내 어머님은 기운도 없으시고 잠만 자더라구요. 그리고 내려서도 혼자 걷지 못하시고 누군가의 부축이 있지 않으면 걷기조차 힘들었어요.
그리고 맛있는 식사라도 하려고 한식정식집에 모시고 갔어요. 항상 음식이 나오면 저희 먼저 챙겨주시고, 특히 손자옆에 앉아서 저 신경쓰이지 않게 손자를 케어하시던 분인데,,,
식당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정말 몇일 굶은 사람처럼 나오고 있는 반찬을 허겁지겁 막 드시는거예요. 그런모습을 본 적이 없는 저는 정말 너무 놀랬어요. 다른 사람들이 밥 먹기도 전에 누가 뺏어먹을까봐 먹는듯이 모든 반찬을 자기 앞에다 가져다 놓고 정신없이 흡입을 하는거예요.
저희는 그런 어머님을 보고 놀래서 밥을 잘 먹지도 못하고 호텔로 왔어요. 호텔에 앉아있으면서 창문만 계속 보시던 저희 어머님은 저에게 "뛰어내리면 어떤기분일까? 무서울까? 뛰어내리면 뭐든게 없어지겠지. 자유로울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예요. 정말 너무 놀랬어요.
같이 있는 동안 저희는 물론이고 물고 빠는 손자에게 눈길 한번 안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음식이 나올 때마다 정말 몇일 굻은사람처럼 먹어대고 토하고, 먹어대고 토하고,,,
아 정말 우울증 무섭구나....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그런 상황을 봤는데도 저는 너무 충격이고 무섭고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정신과 병원에 함께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저희 어머님같은 경우는 약물복용을 항상 해야하고, 충동성이 높기 때문에 우울증 심하게 느껴지거나 증상이 나오면 집에 있지 말고 병원에 입원을 권유하더라구요.
이런 모습때문에 우울증 증세 기간이 오면 병원에 입원을 했더라구요.
저희 어머님은 우울증약을 매일 복용중이시고, 정기적으로 정신과에 상담받으시는데도 봄, 가을에 1,2번씩 이렇게 크게 우울증이 오더라구요.
우울증인 어머님 본인이 너무 힘들어요.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해 하고 죄스럽게 생각하세요.
어머님 자체도 극복하기 위해 약도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모임도 만들어 나가고 그러는데도 의지대로 되지 않는대요. 의사말로도 본인 스스로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약복용과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심할 경우 입원까지 권유하셨어요.
그리고 저희 신랑, 저는 신랑이 남자인데도 섬세하고 효심이 깊다고 생각했는데,,,,그런 모습을 어릴 때 부터 지켜보고 자라온 아들이여서 아빠몫까지 자기가 더 챙겨드려야겠다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신랑도 어릴적부터 상처가 굉장히 많아요. 상처도 많고 그런 자신의 가족이 버거울 때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어머님은 평소에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우울증 증상이 심해질 때 상태가 확연하게 보이고 항상 우울증을 인지하고 있는 가족이기에 항상 어머님의 상태에 대해 체크하고 잘 신경쓰고 있어요. 그런데 그 옆에서 항상 지켜보고 감수해야하고 감당해야하는 아버님...어머님과 반대 성향이신 아버님은 그냥 묵묵히 지켜보는 줄 알았어요. 우울증은 본인도 힘들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있는 가족들도 지치고, 너무 힘듭니다. 어머님의 상태만 신경을 썼지,,,말이 없고 표현하시지 않는 아버님에겐 아버님 힘드시죠, 힘내세요. 괜찮아요? 물어만 봤습니다. 워낙 조용하셔서 묵묵히 계시는 성격인줄 알았는데,,,,,아버님도 우울증 진단을 받으셨어요.
우울증 초기 진단 받으시고 약물치료 하고 계세요. 우울증은 심리적으로 불안전 하고 의지가 약해서 오는게 아니고,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스스로 극복하기 굉장히 힘이 든 병이라고 해요.
일시적으로 잠깐 오는 증상이 아니고 꾸준하게 이 우울증이 이어지고, 약을 복용하면 확실히 효능은 있지만 그렇다고 완치되는 병은 아니예요, 꾸준히 지켜봐야하고 우울증 증상이 괜찮은 듯하다가도 언제 충동적으로 나올지 모르는 병이기에 온 가족이 함께 도와주고 신경쓰고 병원 상담, 약물 치료도 함께 해야 하는 증상이예요.
우울증은 환자도, 옆에 함께 있고 지켜보는 가족들도 굉장히 지치고 힘든, 노력해야 하는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