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달전부터 조카를 같이 키우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 조카가 ADHD 판정을 받고 심리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라 상담과 치료를 통해
많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구요.
저는 조카가 상담을 두달 정도 받고난 상태에서
저희집에서 조카를 맡아 기르게 되었습니다.
상담센터를 가면
조카와 선생님이 먼저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같은 걸 해요.
그리고 시간을 쪼개어 저와도 상담을 하죠.
지금까지는 조카의 엄마가 상담을 받았었지만,
이제는 제가 주양육자기 때문에 제가 상담을 받습니다.
앞으로 조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도 이야기를 나누지만,
주로 저의 심리상태나 가족관계와 관련지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상담에서
지지난주부터는 선생님이
저의 심리 상태에 대해
조금 심각하게 주목을 하시더군요.
제가 조금 있으면 심리적으로 무너질 여지가 있대요.
우울증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상당히 방어적인 사람입니다.
선생님이 오랫동안 상담을 했지만
저처럼 방어적인 사람도 진짜 오랜만이라더군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조금 개방하는가 싶다가도
다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벽을 쌓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꼭 지키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제가 꽁꽁 싸매고 지키고 포장하려 한대요.
허심탄회하게 힘들다 못참겠다 라고 표현해도 되는데,
뭐 어쩔 수 있나요 받아들이고 해야죠 라고 한대요.
충분히 힘든 상황이고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걸 인정하지 않고 넘어지려는 걸 억지로 붙잡고 있대요.
어쩌면 정말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고..
이러다 몰리면 한번에 터져서
우울증이 오거나 제 자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질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긴합니다만.
저는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라고 다짐하고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잘 헤쳐가고 있는데
왜 억지로 제 감정을 동요시켜서
인정하게 하고 무너지게 하려고 하는지요.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제 지금의 심정을 정말 정확하게 알고 있구나 싶었어요.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제가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지도 알겠죠.
저는 지금 힘이 들긴합니다만.
괜찮습니다.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있고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나면
분명 보람된 미래가 올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로 인해서 조카가
잘 자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구요.
하지만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덜컥 겁도 납니다.
정말.. 제가 속으로 삼키고 덮다가
나중에 진짜로 우울증이 오면 어떻게 하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감내한 날들이
안좋은 결과로 돌아오게 되면
그땐 진짜 우울증이 오고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