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해야 하는 나날들, 우울증일 수 있을까?

몇 해 전부터 나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듯 웃으며 대답했지만, 혼자가 되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슬픔과 공허함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땐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날들이 이어진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점점 더 두렵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가 버겁게 느껴졌고, 작은 일을 시작하는 것조차 힘들다.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했고, 예전에는 설레던 일이나 좋아하던 취미마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무슨 일을 해도 만족감이 찾아오지 않고, 그 공허함이 나를 점점 잠식해가는거 같다.

 

집중력과 사고력도 함께 약해지고 있다.

책을 읽거나 일을 하려고 앉으면 머릿속이 금세 공허해지고, 몇 줄을 읽어도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대화 중에도 생각이 끊겨 상대방의 말을 놓치는 일이 잦았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실망이 크다.

 

감정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내 마음을 짓눌린다.

사소한 일에도 이유 없는 답답함이 몰려오고,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벽을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내 모습이 낯설어서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

 

몸의 변화도 내 상태를 그대로 드러난다.

식욕이 줄어 거의 먹지 못하는 날도 있고, 반대로 허전함을 달래려 과식하는 날도 있다.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겨우 잠이 들어도 자주 깨서 아침마다 피로에 짓눌린 채 눈을 뜬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누워만 있고, 그조차도 회복이 아니라 더 큰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점점 내 존재에 회의감이 느껴졌고, 미래를 떠올리면 희망보다 두려움이 앞서곤 한다.

때로는 차라리 사라져 버리면 편할까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가 무서움을 느낀 적도 있다.

 

겉으로는 여전히 괜찮아 보이지만, 속은 이미 많이 지쳐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런 나의 모습이 혹시 우울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하게 된다.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의 문제를 넘어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 질환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혼자 감당하려니 그 무게가 솔직히 많이 버겁긴하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때가 이제는 온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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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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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읽으면서 정말 마음이 무겁고 아프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에 적어주신 내용이 단순한 ‘기분 저하’라기보다 우울증의 전형적인 양상과 많이 닮아 있어요.
    
    아침부터 하루가 버겁고 이불 밖으로 나오기 힘든 점
    
    예전엔 즐겁던 일에도 흥미·만족감이 사라진 점
    
    집중력 저하, 사고력 둔화
    
    식욕·수면의 큰 변화
    
    스스로 존재에 대한 회의감·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스칠 정도의 상태
    
    이런 것들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감’이 아니라 **우울증(major depressive episode)**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혼자서 버티는 것만으로는 더 힘들어질 수 있어서, 이제 말씀하신 것처럼 전문가(정신건강의학과·심리상담)와 상의하는 때가 맞습니다.
    
    💡 도움이 될 수 있는 단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약물·상담 병행이 회복 속도를 크게 높여줍니다.
    
    진단받는다고 해서 바로 약을 먹는 게 아니라,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맞춤형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
    
    믿을 수 있는 한 사람에게 현재 상태를 솔직히 알리기
    
    가까운 가족·친구 중 한 명에게 “요즘 많이 힘들다”는 정도만이라도 털어놓는 게, 혼자 견디는 무게를 줄여줍니다.
    
    작게라도 루틴 지키기
    
    하루 5~10분 햇볕 쬐며 걷기, 짧은 호흡 명상, 일기·감정 기록 등 작은 회복 습관이 기분의 ‘바닥’을 조금씩 올려줍니다.
    
    긴급한 생각이 들 때 대처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 때는 즉시 주변 사람에게 연락하거나,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24시간)·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상담 ☎1577-0199 등으로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단계들을 통해 “나 혼자가 아니라 도움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회복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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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밝은 환경을 만들어서 좀 더 밝게 
      지내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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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요즘 혼자 많이 힘들었겠어요ㅠㅠ 글에서 얼마나 힘든지 하나하나 다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정말 힘들었겠어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해야 하는 그 마음, 저도 너무 잘 알아요. 겪고 있는 이런 감정들과 신체적인 어려움들이 혹시 '우울증'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에서 보이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감정적 고립'과 '무기력함', 그리고 '신체적 증상'들이에요. 겉으로는 밝게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깊은 슬픔과 공허함으로 지쳐있고, 작은 일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무기력함이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요.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것, 식욕이나 수면 패턴에 변화가 온 것, 그리고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건 지금 정말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이런 문제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친구가 오랫동안 혼자 감정을 억누르고 '괜찮은 척' 애써온 시간들이 쌓여서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된 것일 수 있어요. 우리 마음도 몸처럼 에너지를 쓰고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계속 자신을 소진시켜온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의 균형이 깨지고,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혼자서 버텨오다 이렇게 용기 내서 이야기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거예요! 이제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돼요. 이 힘든 마음을 꼭 전문가와 함께 나눠보면 좋겠어요.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 센터에 방문해서 친구의 감정과 생각, 신체 증상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는 게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솔루션이 될 거예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마음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회복할 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절대로 혼자 고민하지 말아요. 님의 곁에는 기댈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힘내요, 우리 함께 다시 밝은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꼭 힘내서 상담받아보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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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끙끙 혼자 앓는거 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천천히 터놓는 것도 괜찮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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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을 해야만 할때 속으로는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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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그렇죠. 그게 마음을 병들게 하는 
      원인인거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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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
    괜찬은척
    속으로 병이들어가는...
    저도  그런적있어요  따뜻한차로 마음이 조금 편해보길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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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혼자보다는 둘, 셋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전달하다보면 나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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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깊은 슬픔과 공허함을 홀로 견뎌내셨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무기력, 수면과 식욕의 변화, 집중력 저하, 그리고 삶에 대한 회의감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과 매우 비슷합니다. 이는 마음의 병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신체까지 흔들어 놓는 질환입니다. 오랫동안 애써 버티셨지만, 그 무게를 이제는 더 이상 혼자 감당하려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괜찮은 척 하루를 버티는 당신에게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 감정의 짐을 조금이라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려 노력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햇볕을 쬐는 등의 작은 활동으로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당신의 고통은 현실이며, 도움을 받고 회복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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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서서히 나아지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행해보면 괜찮아 지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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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
    감추려 들면 더 깊게 곪게 될거예요..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에게 대화를 하다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경우도 있어요.. 잘 극복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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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때로는 다른 이들도 나를 토닥여주며
      위로 받는 것도 필요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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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자꾸 아냐아냐 속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종교적으로 의지하고
    일부러 모임도 꼬박꼬박 나가가도 합니다
    결국은 내가 이겨내야 하는거같아요
    빨리 털고일어나세요
    힘들다 힘들다 그러면 더 힘든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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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작성자
      힘든걸 티내지 않으려 하니까 더 그런거지
      그걸 올바르게 풀어내면 되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