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도 가능해요. 자세하게 고민을 털어 놓을수록 더 개운해지실 거예요.
요즘 들어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흉통의 빈도가 엄청 늘었다.
평소에 앓고 있는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진 탓이겠지만
사실 나는 이 증상이 더 큰 병의 신호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 그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살게, 뭐하고 살게?, 어쩌려고 그만둬, 다들 그러고 살아"
이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저 죽을 병이래요. 라고 말하면 그 누구도
왜 일을 그만두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건지에 대해 떠들어대지 않겠지.
회사에 앉아 있는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길게 늘어진다.
정신이 하나도 없이 너무 바쁜데,
그런데도 시간이 너무 안간다.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1분 1초가 지나가는건 몇 십년처럼 느껴지니 참 이상한 일이다.
할일은 늘 쌓여있지만 손이 따라주지 않고
머리는 너무 뿌옇고 멍해서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하루에도 수 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걸까.
오늘도 나를 대하는 사람들은 짜증이 가득하다.
날이 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 말이 온몸을 마구 베어버리는 것 같다.
당신이 원해서 제 발로 찾아온거잖아.
그런데 왜 나를 비난하는거야.
왜 나에게 화를 내는거야.
내가 뭘 잘못했길래.
화내고 짜증내는 소리는 10년을 넘게 들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하루가 끝났다는 해방감 대신
내일이 또 찾아온다는 사실에 전신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이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고
아침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 너무 무섭다.
잠이 들면 꿈에서 누군가가 나를 밤새 뒤쫓는다.
무서운 꿈에 번뜩 눈을 떴다가 설핏 다시 얕은 잠이 들었다가
꿈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다보면
어느 새 또 우울한 하루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나도 좋아하는 일이 많았다.
나는 글 쓰는 것도 좋아했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고, 여행하는 것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하나도 끌리지 않는다. 솔직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밖으로 나가볼까.
햇빛을 쪼이는 것이 기분전환에 좋다던데. 라고 생각해도 그 생각만으로도 금방 지쳐버리고 만다.
티비를 보아도,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말하는 영화를 보아도
어디가 재미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공허할 뿐이다.
언젠가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나는 다음 생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가 -재미없었어?- 하고 묻는데 마음이 정말 복잡했다.
응. 너무 재미없었어.
나는 사는게 너무 괴로워.
이게 나의 본심인데
엄마한테는 차마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세상에 태어난 벌을 받고 있는걸까.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를 생각하며 기운을 차려보자고 다짐하지만 나는 이제 나를 믿기가 힘들다.
내 자신이 너무도 쓸모없는 사람같고
미래를 생각하면 기대보다는 막막함이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남들은 별 일 아니라고 하는 것도 나는 너무 부담스럽고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이 생각은 특별히 충동적이거나 요란한 것도 아닌,
오래된 그림자처럼 내 곁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작은 균열이 계속 쌓여서 이제는 나를 완전히 삼켜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