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제가 키웠어요

결혼 11년차인데 우리 부부사이에 아이는 없어요.

결혼 전 사정이 있어서 친오빠 아들 2명을 잠깐 제가 키워야 하는 기간이 있었어요. 한 2년 정도?

첫째는 4살, 둘째는 젖먹이 였지요. 새언니 젖을 받아와서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가 먹이고 재우고 돌보고,, 첫째는 어려서부터 부모랑 떨어져서 그런지 눈치껏 행동하더군요. 그 어린나이에 참 착하고 말 잘듣고 어떨 땐 안쓰럽기까지 한 작은 어른이었어요.

그래도 힘에 부치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서 아이들 붙잡고 울기도 하고,, 우는 둘째 내버려두고 혼자 놀이터에 나가 멍하니 앉아있다 들어오고,, 돌아오니 아이는 울다 지쳐 꺽꺽 거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너무 미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많이 울었던 일은 지금도 안잊혀져요. 즐겁고 행복한 일도 많았는데 못 해주고 미안한 일은 이렇게나 오래 남네요,,

지금은 고1, 중1이 된 아이들입니다.

결혼 후 아무래도 만나는 횟수도 줄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할머니와 고모랑은 사이도 멀어지는 중이네요. 청소년이니 고모랑 뭔 할 말이 있겠으며 웃을일이 있겠어요. 이해하고 알고 있는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고 알고는 있는데,, 최근엔 좀 섭섭해지려 합니다.

지난 어버이날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색햐 안녕하세요 말고는 거의 대화가 없었거든요. 제가 다가가려 해도 대답도 하는둥 마는둥 하니 그게 그렇게 섭섭할수가 없더라구요. 내가 니네를 어떻게 키웠는데,, 완전 할머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점점 뒷방 늙은이가 되어가는 기분이요,, 정말 할머니에게도 데면데면, 제게도 데면데면 딱 거기까지입니다.

힝,, 섭섭해요.

육아일기를 쓰는 언니였기에 나도 이어서 육아일기를 매일 써주었습니다. 아직도 놀러가면 그 일기장을 읽을 수 있어요. 그 때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다 울기도 한답니다.

내 아이도 아닌데,, 이렇게 섭섭할수가 있을까요;;

청소년 시기가 좀 지나면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을거라고 위안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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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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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토
    지금 아이들 나이가 고1, 중1이고, 게다가 남자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법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살아가다보면 아마도 함께 했던 그 2년의 시간이 분명 기억날 거에요.
    지금은 아이들 자체들이 성장할 시기이니....
    그나저나 참 좋은 고모시네요. 어떻게 조카분들을 키우셨을까...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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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탈
    사춘기라 더 서먹할거예요.
    아이들도 어떻해야할지 모르는거죠.
    고마운걸 알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제 아들들도 부모랑 말 잘 안섞습니다.
    더 크면 편하게 얘기할날이 올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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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바리스타
    대단하시네요
      조카을 그렇게 돌보기가  싶지 않는데
      이ㅡ직 어러서 그럴꺼예요
      조금더크고 사회에 나기면 고마위하고 잘 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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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이
    지금 시기가 딱 말도 없고 할 사춘기 나이들이네요 그리고 아들들이고요
    좀더 크면 아이들이 고마워할거 같아요 
    조카를 2년이나 키우시고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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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하냥
    너무 대단하세요 
    그렇게 키우기까지 고생도 많으셨네요
    아이들이 조금더 크면 나이질꺼라 생각이 드네요
    힘내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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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시워크0601
    내 아이보다 조카가 더 예쁘던데 그것도 결혼전 키운 조카들이면 얼마나 이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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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아무래도 저 나이때는 키워준 정이 있는 고모 뿐만 아니라 친 부모님하고도 데면데면한 시기라서;;;; 충분히 서운하시겠지만 아이들이 커서 고모의 고마움을 기억할거예요. 결혼도 전인데 저렇게 어린 조카들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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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lyyasi
    섭섭하죠 글만봐도 섭섭해요
    낳은정도 크지만 키운정 어마어마해요 
    너네 그러지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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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동안 돌봐줬는데
    참 서운하겠어요.
    남자애들이 사춘기되면
    말도없고 대면하고 그렇데요.
    좀더크면 안 그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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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지연
    저도 조카들 케어 했었습니다.
    뭘 바라세요.
    각자 잘 살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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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하늘에밝은달
    많이 서운하실 듯해요ㅜ
    저는 동생네 막둥이 돌 전까지 키웠는데 지금 초등4학년이 됐어요. 그런데 제 남편 즉 이모부를 더 좋아해요. 지금도 가끔 만나면 이모부만 안아주고 손잡고 그래서 서운한데 2년이나 키우셨는데 데면데면하면 당연히 섭섭하고 서운하시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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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쓰마미
    조금 더 크면 다시 다가올꺼에요
    너무 서운해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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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키티LOVE.
    나누면 안되는데 남자아이들은 정말 표현하는게 어렵더라구요. 
    여자애들은 말도 많아서 초등학교 가기전까지 키웠더니 말도 많고 정도 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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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초롱
    성인 되면 효도할 거예요.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젖먹이까지는 힘드셨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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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채
    조카를 직접 키우신 과거가 있다보니 님의 서운한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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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wlsl1216
    조카를 스스로 키우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 사춘기라서 더 서먹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