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학습자’라는 말, 위로가 되기보단 더 혼란스러워요

저는 20대 후반이고, 아직까지 사회생활보다는 공부와 일용직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뭐든 느렸고, 특히 새로운 걸 배울 때 많이 힘들었어요
주변에서도 저를 ‘느린 학습자’라고 표현하곤 했는데,
그 말이 처음엔 그냥 나를 이해해주는 표현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최근엔 자꾸 제 안에서 의문이 생겨요
단순히 느린 게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서 맥락을 파악하거나 감정 읽는 게 어렵고,  
사람들과 있을 때 이상하게 긴장하거나, 대화가 어긋나는 일이 많거든요


자폐 스펙트럼(ASD)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까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 쪽과 겹치는 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자폐 자가진단 테스트도 몇 번 해봤는데,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자꾸 나와서 더 혼란스러워졌고요


내가 단지 느린 학습자인 건지, 아니면 뭔가 진단이 필요한 상태인 건지...  
스스로를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까지는 그냥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예민하고, 말이 서툴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이게 ‘느린 학습자’가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의 일부 증상일 수도 있는 걸까요?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해보신 분 계시거나,  
성인이 되어 자폐 진단을 받으신 분 계시면 조언 부탁드릴게요.  
진단을 받는 게 어떤 의미인지, 삶이 달라지는 건지… 궁금한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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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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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안녕하세요. 먼저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공유해 주셔서 정말 용기 있으신 것 같아요. 지금 느끼시는 혼란과 걱정은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시기 때문에,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폐 스펙트럼은 다양한 증상과 정도로 나타날 수 있으며, 성인도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맥락에서의 어려움, 감정 읽기, 긴장감 등은 자폐 스펙트럼의 일부 증상일 수 있고, 느린 학습이나 감각 민감성도 관련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반드시 자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전문가의 정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진단을 받는 것의 의미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필요한 지원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진단을 통해 자신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명확히 알게 되면, 적절한 전략이나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어요. 또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혹시 아직 상담을 받지 않으셨다면, 정신건강 전문가나 소아청소년 정신과, 또는 성인 자폐 전문 클리닉에 상담을 예약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평가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지원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자신을 느린 학습자 또는 감정이 예민한 사람으로만 한정짓지 마시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길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시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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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
    우선 전문의와 상담을 받은 후에 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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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자신을 ‘느린 학습자’라 여겨오며 살아오신 시간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또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글에서 진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엔 그 말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표현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마음속에 질문이 커져가는 모습이 참 애틋하게 다가왔어요. 지금의 혼란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용기 있는 시작이에요.
    
    그동안 남들보다 느리게 배운다거나, 사회적 맥락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거나, 대화가 자주 어긋나고 사람들과 있을 때 긴장한다는 점은 단지 ‘느린 학습’의 영역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자폐 스펙트럼, 특히 고기능 자폐나 아스퍼거는 종종 외부에서 보기에 ‘그냥 조금 서툴거나 예민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성인이 된 후에야 자신의 특성과 삶의 어려움에 대해 퍼즐을 맞춰가듯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런 고민은 ‘내가 자폐인가 아닌가’를 단정 짓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있는 그대로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해요. 전문가와의 상담은 단지 진단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혼란스럽고 모호했던 자신의 감각과 경험에 이름을 붙이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진단을 받는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스스로를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자가진단 결과가 반복적으로 상담을 권유한다면, 한 번쯤은 전문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에요. 당신의 지금 고민은 이미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는 증거이고, 그 용기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계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씩 스스로를 향해 걸어가보셔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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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성인이 되어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은 매우 용기 있는 일입니다. 말씀하신 '느린 학습자'와 '자폐 스펙트럼' 사이의 혼란은 많은 분들이 겪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느린 학습자'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가 느린 일반적인 표현입니다. 반면, 자폐 스펙트럼(ASD)은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감정 파악의 어려움 등과 관련된 신경 발달 장애입니다. 말씀하신 '사회적 상황에서 맥락 파악의 어려움', '대화의 어긋남' 등은 ASD의 특징과 겹칩니다.
    진단은 단순히 '병명'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어려움이 왜 생겼는지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처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이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